최대 관심사였던 퀸스 파크 레인저스(QPR)의 ‘그 남자’가 박지성(31,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으로 밝혀지면서 당초 유력 후보였던 기성용(23, 셀틱)의 거취 역시 자연스레 원점으로 돌아갔다.
물론 여전히 QPR과 물밑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박지성과 함께 로프터스 로드에 안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어찌 됐든 기성용은 다시 도전자의 입장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QPR 입단 여부와 더불어 호기심을 당기는 것은 기성용이 과연 자신이 이상향으로 생각하고 있는 스페인 무대에 진출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여름 이적시장서 스코틀랜드 셀틱을 떠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는 기성용이 최근 자신의 새로운 도전지로 스페인 무대를 첫 손에 꼽아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물론 기성용에게 있어 꿈의 무대인 ‘스페인 진출’은 아직까지 희망사항에 가깝다. 그러나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도 없다. 지금의 성장세가 계속된다는 가정 하에 이제 20대 초반인 그의 나이와 유럽 무대 및 국가대표 커리어, 그리고 기술과 힘, 몸싸움 능력 등을 고루 갖춘 ‘무기’들을 고려하면 시기가 문제일 뿐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그렇다면 셀틱 입단 이후 유럽무대에서 첫 이적을 고민하고 있는 기성용이 시간을 좀 더 앞당겨 바람대로 당장 올 시즌을 통해 자신이 꿈에 그리던 스페인 무대를 밟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 상황으론 쉽지 않아 보인다. 스페인은 아직까지 한국 선수들에게 미개척지로 남아 있다. 현재 K리그 부산 아이파크에서 활약하고 있는 양동현이 청소년 시절 바야돌리드 유스팀에 몸담은 바 있지만 끝내 1군 무대를 밟지 못한 채 한국에 복귀했고, 이천수 역시 2002월드컵 이후 레알 소시에다드로 이적했지만 이렇다 할 족적을 남기지 못한 채 짐을 쌌다.
물론 기성용은 유럽무대에서 통할 체력과 기술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이천수 이후 누구도 넘보지 못했던 스페인 진출에 가장 근접해 있는 선수다. 그의 나이 또한 23살로 상당히 젊고, 셀틱에서 3년간 몸담으며 스코틀랜드리그에서 정상급 선수로 우뚝 섰을 만큼 유럽무대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았다.
스코틀랜드 리그가 유럽시장에서 그다지 인정받고 있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 하지만 평가는 어떤 선수이냐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또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A매치 47경기(5골)를 뛰었다는 점도 어필 가능하고 실력과 외모 모두 아시아마케팅의 또 다른 타깃이 되기 충분하다.
그러나 만약 스페인 클럽으로부터 오퍼가 온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역시 몸값이다. 셀틱은 최근 기성용의 이적료로 600만 파운드(약 106억 원)를 제시한 루빈 카잔(러시아)의 제안을 거절했다. 영국 언론은 리버풀 역시 루빈 카잔과 똑같은 이적료를 제시했지만 이 역시 성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축구선수들의 몸값이 많이 부풀려져 있어 600만 파운드가 적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는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결론적으로 기성용을 데려가기 위해서는 600만 파운드 이상의 이적료를 제시해야 하는데, 실상 기성용에 관심 있는 스페인 클럽들이 있다 하더라도 600만 파운드 이상의 금액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 기성용이 주전을 노려볼 수 있을 만한 중하위권 팀의 경우엔 더더욱 그러하다.
실제, 올 시즌 스페인 이적시장을 살펴보면 발렌시아에서 FC바르셀로나로 이적한 스페인 국가대표 호르디 알바(23)의 이적료는 1400만 유로(약 201억 원)였고 기성용과 같은 나이로 스페인의 올림픽대표로 선발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알바로 도밍게스 역시 독일 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로 둥지를 옮기며 800만 유로(약 112억 원)의 이적료를 기록했다.
기성용이 그들보다 잠재력 면에서 뒤진다고 이야기할 수 없겠지만, 아시아 시장에서 어필할 수 있다는 프리미엄을 고려해도 600만 파운드 이상으로 치솟은 현재의 이적료는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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