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이길 수 있겠지?".
8일 대전구장. SK와 홈경기를 앞둔 한화 한대화 감독은 간절히 바라는 눈치였다. 6경기·55일 동안 승리를 따내지 못한 '괴물 에이스' 류현진(25)의 시즌 3승이 바로 그것이었다. 한대화 감독은 "SK 타자들의 감이 좋지 않다. 오늘은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 감독의 기대와 간절함은 틀리지 않았다.
류현진은 이날 8이닝 2피안타 3볼넷 9탈삼진 무실점으로 SK 타선을 꽁꽁 묶으며 팀의 5-0 영봉승을 이끌었다. 지난 5월13일 대전 롯데전 이후 7경기·56일만에 따낸 감격의 3승이었다. 탈삼진은 117개로 이 부문 1위 자리를 확고히 했고, 평균자책점도 3점대(3.07)에서 2점대(2.81)로 원상 복구됐다.

▲ 작심한 괴물
류현진은 경기 초반부터 거침없었다. 1회 1번타자 정근우를 1루 직선타로 잡았고, 김성현을 몸쪽 147km 직구로 루킹 삼진 처리했다. 최정에게 2루타를 맞았지만 조인성을 몸쪽 낮게 스트라이크존에 걸치는 커브로 루킹 삼진 요리했다. 힘-기교 넘나드는 절묘한 피칭. 이날 경기가 뭔가 예사롭지 않다는 느낌을 줬다.
2회에도 선두타자 김도현을 직구로 헛스윙 삼진 처리한 류현진은 공 9개로 가볍게 삼자범퇴 처리했다. 3회에도 김강민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김재현을 몸쪽 꽉 차는 148km 직구로 루킹 삼진 돌려세우며 위력을 떨쳤다. 4회에는 SK 이만수 감독이 김도현의 타석 중 볼 판정에 항의해 흐름이 끊기는 듯했지만 류현진은 보란듯 서클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요리했다.
5회에도 선두타자 박정권에게 유격수 내야 안타를 맞으며 1사 2루 위기에 몰렸지만 김재현을 3루 땅볼, 김강민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았다. 결정구는 모두 힘 있는 직구였다. 류현진이 작심하고 던진 힘있는 직구에 SK 타자들은 무기력하게 당했다.

▲ 1점도 허락하지 않았다
류현진의 호투에도 불구하고 한화 타선은 좀처럼 찬스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2회 오선진의 중전 적시타로 1점을 뽑은 게 전부였다. 1-0 살얼음 리드. 언제 어떻게 흐름이 바뀔지 점칠 수 없는 상황이었다. 6회 선두타자 정근우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주며 위기가 시작됐다. 김성현의 희생번트로 1사 2루 동점 위기.
타석에 최정이 들어서자 류현진은 적극적으로 승부하지 않았다. 4구째 공은 포수 정범모가 일어서서 받았다. 고의4구. 1사 1·2루로 역전 주자까지 나갔다. 자칫 역전을 허용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한 점도 주지 않기 위해서는 감수해야 할 상황이었다. 이어 류현진은 조인성을 3구 만에 느린 커브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고, 대타 이호준마저 유격수 땅볼로 솎아내며 한 점도 허락하지 안았다.
6회말 김태균이 솔로홈런을 터뜨리며 류현진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류현진은 7회 박정권-김재현, 8회 김성현을 삼진 처리하는 등 6타자 연속 범타로 위력을 떨쳤다. 경기는 5-0 그대로 한화 승리. 류현진의 투구수는 112개로 스트라이크 67개, 볼 45개를 던지며 위력을 떨쳤다. 최고 150km 힘 있는 직구(56개)를 중심으로 서클체인지업(24개) 커브(22개) 슬라이더(10개)를 섞어던졌다. 한 점도 내주지 않는 류현진의 괴물 피칭이 재현된 한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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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