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배출된 프로야구 신인왕 29명을 포지션 별로 살펴보면 투수가 15명으로 가장 많고 외야수가 7명, 포수는 3명, 내야수는 4명입니다. 내야수는 유격수가 1명(LG 류지현) 3루수가 1명(해태 이순철),1루수가 2명(삼성 이동수, 한화 김태균)으로 2루수는 아직 탄생하지 않았습니다.
2012 신인왕 후보 0순위가 된 넥센의 서건창(23)은 8일 목동 홈구장에서 열린 KIA전에서 5타수 2안타를 때려 올 시즌 19번째 멀티히트를 기록하고 타율 3할1리(226타수 68안타)를 마크했습니다. 올해 3경기만 빠지고 69게임에 출장한 그는 수비 실책이 5개인데 이날은 수비에서도 안정된 모습을 보여 신인왕에 더욱 유력해졌습니다.
서건창은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2008년에 LG에 신고선수로 입단하자마자 팔꿈치 수술을 받고 주로 2군에서 생활하다가 1군엔 단 한 타석만 나갔다가 삼진을 기록하고 결국 방출 됐습니다. 갈 곳이 마땅치 않던 그는 2009년 경찰청을 지원했지만 탈락하고 현역에 입대해 2년간 복무 후 지난 해 가을 테스트를 거쳐 넥센에 신고선수로 입단했습니다. 프로에 입단한 것은 4년전이지만 중고신인이란 말도 적절치 않고 진짜 신인과 다름없습니다.

작년 시즌 후 팀의 마무리 훈련과 시범경기까지 치른 다음 김시진 넥센 감독은 롯데에서 이적한 6년차 김민성과 그를 놓고 2루수 자리를 고심하던 중 김민성이 연습경기에서 부상을 당하자 그에게 기회가 돌아갔습니다.
올해 개막전부터 출전한 그는 4월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 9번타자 2루수로 나갔습니다.
그는 0-1로 뒤지던 5회초 2사 만루 찬스에게 더스틴 니퍼트를 상대로 2타점짜리 중전 적시타를 때려냈습니다. 넥센은 6-2로 승리했고 결승타가 됐습니다. 서건창의 적시타는 프로 데뷔 후 첫 안타이자 타점이었습니다.
이날 서건창은 수비에서도 다이빙캐치를 선보이는 등 주전 2루수로서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서건창은 지난 6월 20일과 26일 고교 11년 선배 김병현이 선발 등판한 날 연속으로 결승타를 때려줘 김병현이 국내 첫 승과 2연째를 기록하는데 톡톡히 기여했습습니다.
올해 신인 자격을 가진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규정타석을 채운 서건창은 홈런은 없지만 25타점 15도루, 5실책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팀내에서 강정호 다음으로 높은 타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발도 빨라 도루 15개로 전체 9위, 팀내에서는 정수성과 장기영(16개)에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두번 엉뚱한 에러를 저질러 화제에 오르기도 했으나 수비 동작이 부드러워져 안정감을 주기 시작했고 가끔 보여주는 다이빙 캐치와 점핑 캐치는 일품입니다. 그보다 경험이 많았던 김민성이 부상으로 돌아왔지만 유격수나 3루수로 출장하고 있어 그는이제 넥센의 붙박이 2루수가 된 것입니다.
수비 위치가 고정된 것은 다행입니다. 서건창이 경쟁 후보인 KIA의 불펜투수 박지훈를 제치고 신인왕에 오르면 신고선수로 두번째가 되는데 1995년 신인왕을 차지한 이동수(삼성)의 불운을 피할 수 있습니다.
이동수는 신고선수로 입단한 지 5년 만에 고졸(대구고) 타자 출신으로는 첫 번째 신인왕이 됐습니다. 강타자인 이동수는 95년 7월 25일 대구경기에서 삼성이 3-6으로 뒤진 9회말 2사 만루에서 최고의 구원왕 구대성을 상대로 끝내기 역전 만루홈런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1루수와 3루수를 오간 이동수는 이승엽과 김한수에 밀려 수비 위치를 잡지 못했고 지명타자나 대타는 이만수가 있어 결국 삼성에서 밀려 롯데, 쌍방울, SK, KIA, 두산 등으로 옮겨다니다 크게 빛을 보지 못하고 지난 2003년 유니폼을 벗었습니다. 현재는 대구 TBC 방송의 해설위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서건창의 소원은 정근우(SK), 안치홍(KIA)을 넘어 최고의 2루수로 국가대표가 되는 게 꿈인데 그의 노력과 땀을 보면 ‘한 여름 밤의 꿈’만은 아닐 것 같습니다.
OSEN 편집인 chuni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