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컨디션 좋은데 기회가 없어 미안했다".
넥센 히어로즈의 외야수 오윤(30)이 최근 빛을 발하고 있다.
오윤은 올 시즌 53경기에 나서 35안타 16타점 3홈런 타율 2할7푼5리를 기록하고 있다. 장타율은 4할7리에 이른다. 오윤은 특히 최근 강정호가 정강이 염증 악화로 자리를 비운 사이 선발 기회를 잡아 7월에만 홈런 2개 포함 4할2푼9리의 맹활약을 보여줬다.

그를 지켜보던 박흥식(50) 넥센 타격코치는 "원래 스윙 궤적이 참 예쁜 선수다. 힘이 있다. 우리 팀이 시즌 초반 빠른 야구를 추구하다보니 (오윤의) 컨디션이 계속 좋았지만 기회가 없었다. 이제 선수들이 조금씩 지치면서 뛰는 야구가 힘들어진 만큼 오윤에게 기회를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 코치는 "몇 년 동안 주로 대타로 나오면서도 몇 번 없는 그 기회를 위해 지금까지 이렇게 몸 관리를 해왔다는 것이 대단한 선수다. 항상 보면서 '컨디션도 좋은데 기회가 없어 미안하다'고 말하면 '괜찮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오겠죠'라고 말하는 긍정적인 선수"라고 오윤을 칭찬했다.
8일 목동 KIA전을 앞두고 만난 오윤은 "그 동안 1,2군을 왔다갔다 하면서도 절실함이 덜했다. 그냥 왔다갔다 하는 2군 생활에 젖어있었던 것 같다. 지금처럼 내가 여기(1군)에서 뛰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미처 깨닫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누구보다 절실함이 몸에 배어 있다. 그는 "홈런에도 자신이 있지만 지금까지 대타로 나가다 보니 한 방보다는 위험하지 않은 타격을 해와야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선발 기회를 잡은지도 얼마 안됐다. 홈런 욕심보다는 팀이 이기기 위해서 무엇이든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5월 태어난 딸은 또 하나의 '절실함'이다. 오윤은 "결혼을 하면서 나를 응원해주는 가족이 두 배로 늘어나 감사함과 책임감을 느낀다. 아내와 딸을 위해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그의 이니셜 목걸이에는 보통 선수들과 다르게 아내의 이니셜이 박혀 있다.
오윤은 아직 수비력에서 이택근, 정수성, 유한준 등에 비해 약한 모습을 보이는 만큼 강정호가 부상에서 완쾌되면 지명타자로 이름을 올릴 예정이다. 2000년 현대 입단 후 제대로 이름을 알려볼 기회조차 잡지 못했던 오윤이 올해를 자신의 커리어하이 시즌으로 만들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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