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마음고생 없었다, 불운이란 말은 그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7.09 09: 09

"마음고생은 전혀 없었다. 정말이다". 
한화 '괴물 에이스' 류현진(25)이 마침내 지긋지긋한 불운을 떨쳤다. 류현진은 지난 8일 대전 SK전에서 8이닝 2피안타 3볼넷 9탈삼진 무실점으로 거의 완벽 가까운 피칭으로 팀의 5-0 영봉승을 이끌었다. 지난 5월13일 대전 롯데전 이후 7경기·56일 만에 감격적인 시즌 3승(4패)째를 거두는 순간이었다. 류현진이 웃는 순간 한화도 비로소 웃을 수 있었다. 
경기 후 류현진은 "오랜만에 이겨서 기분이 좋다. 그동안 매경기 점수를 줬는데 오늘은 점수를 주지 않으려 했다. 2회 팀이 선취점을 올린 후 점수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지난 4월13일 문학 SK전, 4월26일 광주 KIA전에 이어 시즌 3번째 무실점 경기로 류현진다운 괴물 본능을 뿜어냈다. 최고 150km 강속구로 SK 타선을 윽박질렀다. 

류현진에게는 2006년 프로 데뷔 후 최악의 불운이었다. 모두가 그를 동정과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봤다. 팀 내 동료들과 관계자 뿐만 아니라 상대팀에서마저 "류현진이 너무 안 됐다. 안쓰럽다"고 이야기할 만큼 류현진의 불운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한숨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하지만 류현진은 "마음고생은 전혀 없었다. 정말이다. 주위에서 자꾸 불운하다는 말을 해서 그렇게 보였을 뿐이다. 불운하다는 말도 한두 번이지 이제 더 이상 불운하다 말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사실 그라고 마음고생이 없었을리 없다. 팀 선배 김태균은 "현진이가 현진이답지 않게 힘들어 하는 모습이 보였다. 표정에서 나타났다. '멘붕(멘탈붕괴)'이 왔었는데 이제 이겼으니 잘 극복하고 남은 경기 전승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에이스답게 속이야 어떨지 몰라도 겉으로는 어떠한 감정도 표현하지 않으려 애썼다. 속으로 삭였다. 그것이야말로 에이스가 가져야 할 숙명적인 자세이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그는 "동료들과 코치님들의 격려와 조언에 힘을 얻었다"고 고마워했다. 
어느덧 시즌이 절반을 넘었다. 하지만 류현진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10승을 하고 싶다. 절대 포기할 수 없다. 3승이지만 충분히 가능하다"고 의욕을 보였다. 류현진은 데뷔 첫 해였던 2006년부터 6년 연속 두자릿수 승수를 이어왔다. 그에게 10승은 반드시 채워야 할 최소승수이자 마지막 자존심. 탈삼진도 놓칠 수 없다. 그는 "어떤 일이 있어도 삼진 만큼은 무조건 1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류현진의 탈삼진은 117개로 2위 쉐인 유먼(롯데·82개)을 35개차로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다. 
그동안 아들의 불운을 바라보느라 속앓이를 해야 했던 아버지 류재천씨도 "지난 경기부터 확실히 좋아진 것 같다"며 활짝 웃어보였다. 류현진도 "이제 몸 상태는 좋다. 요즘 커브를 많이 던지는데 상대가 서클체인지업을 노리고 들어오는 것 같아 패턴에 변화를 줬다. 전략이 노출되어도 문제없다. 다른 것으로 바꾸면 된다"고 자신했다. 몸이 건강한 괴물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 괴물의 승리 시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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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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