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짐이 예사롭지 않다. e스포츠 최고 명문팀이자 지난 시즌 우승팀인 SK텔레콤이 전혀 맥을 못추고 있다.
전체 21경기 중 절반이 넘는 11경기를 소화한 9일 오전 현재 고작 4승(7패)을 거두었을 뿐이다. 지난 시즌 우승팀이라 새롭게 도입된 스타크래프트2에 대한 대비시간이 짧았다고 변명하기에는 시즌 중반을 넘어선 2라운드에서도 2전 전패로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공군을 제외한 기업 팀들 중 최하위로 자칫 부진이 장기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은 설명이 따로 필요없는 명문 팀. 지난 시즌을 우승을 포함해 프로리그에서 모두 6번의 우승트로피를 거머쥔 명가 중의 명가다.

최근 몇년간 SK텔레콤에 이런 위기가 찾아온 적은 없었다. 지난 2008년 박용운 감독 부임 이래 최강의 트리오인 '도택명'을 내세워 SK텔레콤은 상위권을 항상 꾸준하게 지켜왔었다. 김택용 정명훈 도재욱의 특급활약에 어윤수 정윤종 등이 건실하게 성장하며 정상권의 자리를 지켜왔다. SK텔레콤에 맞수로는 KT와 CJ 정도만 있을 뿐 다른 팀들은 큰 위협이 되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스타크래프트2 도입 직후 급격한 힘의 이탈이 발생됐다. 우선 팀의 간판인 김택용이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그의 시즌 성적은 고작 3승(5패). 스타크래프트1의 승수만 있을 뿐 스타크래프트2에서는 4패만 있을 뿐이다. 여기다가 도재욱도 4연패를 당하며 동반 부진에 빠졌다.
정명훈을 제외한 다른 주전급 선수들의 성적도 만족스럽지는 않다. 그나마 제 몫을 해주는 정윤종이 7승 6패로 간신히 승률 5할을 넘긴 정도다.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선수들에게 떠 넘기기에도 큰 문제가 있다. 지난 시즌 팀 우승의 공헌이 있던 차지훈 코치를 시즌 시작 전에 내보낸 후 저그 진영에 박재혁을 플레잉코치로 돌렸지만 저그 진영이 크게 나아보이지도 않는다. 저그쪽 스타크2 성적은 6경기 출전에 1승 5패.
한 전문가는 "SK텔레콤이 시즌 준비를 늦게 한 탓에 아직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지만 주요선수들의 개인리그가 같이 있었던 탓에 선수들의 피로도나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를 무시하지는 못할 것 같다. 이런 침체가 오래될 경우 역대 최악의 성적이 나올 수도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제 시즌은 중반을 넘어서 중요한 여름승부를 남기고 있다. 사기가 떨어지고 지친 선수들이 있다는 점은 무엇보다 뼈아픈 점이다. 팀 자체에 활력이 없기 때문에 치고 나가는 것은 고사하고 지금 성적을 유지하기도 힘들 수 있다. 솔로몬의 지혜가 SK텔레콤에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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