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28일(한국시간 기준)에 런던올림픽이 개막된다. 런던올림픽에 나갈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의 최종 엔트리는 지난 6월 29일에 발표되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엔트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이슈가 불거져 나왔다. 박주영이 병역문제와 국가대표 출전과 관련하여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손흥민이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는 독일 매체의 오보로 인해 당사자가 해명을 하는 일도 벌어졌다.
그 동안 축구뿐만 아니라 야구 등 프로선수들을 국가대표로 선발하는 과정에서 선수들이 실제로 출전을 고사하여 질타를 받는 일이 종종 있었다. 또 선수가 대표팀에 뽑힌 뒤에는 기대했던 활약을 보여주지 않아 대표팀에서 활약보다 소속팀에서의 커리어 연장에 더 신경을 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 일들도 있었다.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과정에서 어떤 종목이든 잡음이나 뒷이야기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종목들과 달리 프로리그가 활성화 되어있는 종목들에서 유달리 선수들이 국가대표로 선발되고, 그 이후 활약을 펼치는 것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이 높다. 프로리그의 성격상 선수가 많은 팬을 보유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프로선수들이 태극마크를 달게 될 때 그 진정성을 측량해보려는 마음이 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프로리그가 활성화 되어 있지 않은 종목들에서 국가대표가 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에게 그들의 능력을 보여 줄 기회가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악착같이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애를 쓴다. 하지만 프로선수들은 상황이 다르다. 프로선수들은 자신의 실력을 프로무대에서 펼치며 자신의 값어치를 매일매일 입증하고 있다. 프로선수에게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란 그것이 자신의 값어치를 올려주는 일인지 아닌지 신중하게 가늠해보고 결정할 수 있는 선택사항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태극마크를 다는 것에 그런 식의 계산을 하는 것을 용납하기 어려워한다. 국제무대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이는 것으로 국위를 선양하게 되는 스포츠 스타는 단순히 스타가 아니라 영웅이 되는 길을 밟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들을 영웅시하기 위해서는 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모습들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다 우리가 만든 영웅이 우리가 기대하지 않은 방향의 행동을 하게 되면 갑자기 엄청난 비난의 화살을 받게 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사실 많은 프로선수들이 국가대표가 되는 것을 진심으로 감사하게 여기고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프로선수로서의 경험만큼 국가대표로서의 경험을 특별하고 귀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태극마크를 다는 것에 대해 우리가 기대하는 만큼의 열정을 가지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을 비난할 수도 없는 일이다.
프로선수가 국가대표가 되는 것 자체를 영광스럽게 여기기 때문에 선수로 발탁되는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국가대표로 활약한 것으로 얻을 수 있는 이차적 이득, 예를 들어 병역면제나 국제무대에서의 활약으로 더 좋은 팀이나 조건으로 옮길 수 있는 것 등을 염두에 두고 출전을 결정할 수도 있다.
프로선수들의 현장은 철저하게 계산하고 자기를 관리하지 않으면 현재의 자리를 지켜내기 어려운 전쟁터 같이 살벌하고 처참한 곳이다. 사실 그들이 국가대표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게 된 것도 그들이 평소 현장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곳은 경기장이다. 경기장에서 좋은 조건으로 뛸 수 있는 기회를 오래도록 누리는 것은 선수들이 가진 공통적인 목표이다. 누구나 꿈꾸지만 누구나 달성하기 어려운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선수들은 그들 앞에 주어진 어떠한 기회던지 자신의 관점에서 고려해보고 선택하고 결정할 필요가 있다.
선수들의 결정과정을 존경할 수 없을지 몰라도 존중해 줄 수는 있다. 선수들이 어떠한 결정을 어떻게 내리던 신중하고 깊게 고민한 것이라면 결정 결과와 상관없이 존중 받을 수 있다. 프로선수가 국가대표가 되는 것의 의미를 조금 더 가치 있게 여기도록 요구하는 것보다는, 먼저 누구나 쉽게 한두 번의 인상적인 사건으로 영웅이 되는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
그 동안 우리는 너무나 자주 영웅들의 몰락을 지켜봐야만 했다. 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 대한민국 국민임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활약을 해주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존경스러운 성과를 냈지만 그들의 인격이 정말 존경할만한 지는 그가 이룬 결과들만 가지고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팬들은 선수를 그냥 응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보여준 지지와 사랑에 보답하길 바란다. 만일 당신이 응원하는 그 선수가 이번에는 국가대표로 보답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방식으로 당신을 기쁘게 해주거나 당신이 아닌 다른 대상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줄 수도 있다. 선수에게 쏟은 사랑을 좀더 값어치 있게 돌려 받길 바라는 마음이 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선수에게 돌려달라고 강요하지는 말자. 그보다는 이런 마음을 진정으로 알아주고 실천하는 선수들을 잘 선별하는 좋은 기준을 가지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김나라 고려대 학생상담센터 상담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