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할 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지 않나. 급하게 한다고 되는 일은 없는 법이다".
3년 반 만에 K리그에 돌아온 김학범(52) 감독이 풍전등화의 강원FC 지휘봉을 잡는다. 지난 5일 밤 강원 구단이 김 감독의 선임 사실을 발표한 후 4일이 지난 9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김 감독은 여독이 아직 남아있는 얼굴로 소탈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강원이 창단될 때부터 한 번쯤은 맡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 마지막 열정을 태우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시기가 조금 빨라졌을 뿐이다".

김 감독은 강릉농고(현 강릉중앙고) 출신답게 언젠가 한 번쯤 고향팀 지휘봉을 잡는 꿈을 꾸고 있었다고 전했다. 시도민구단으로서 구단과 도에 대한 애정이 있는 강원도 출신 지도자를 꿈꿔왔던 강원과 딱 들어맞는 조건이다.
그러나 1일 김상호 전 감독의 사퇴 이후 김 감독 선임에 이르기까지 잡음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가장 먼저 도마에 오른 것은 남종현 대표이사의 월권행위와 지나친 간섭이었다. 평소 에너지가 넘치는 성격으로 유명했던 남 대표이사가 라커룸까지 자유자재로 드나들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일을 두고 축구인을 존중하지 않는 행위라는 강한 비판이 일었다.
하지만 김 감독을 강원으로 돌아오게 한 것도 결국 남 대표이사의 그 넘치는 에너지였다. 김 감독은 "남종현 대표이사의 열정이 없었다면 강원을 맡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 감독은 "밖에서 보기엔 도에 지나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열정이 있어야 축구단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법"이라고 덧붙였다.
과테말라와 코스타리카 파나마 온두라스 콜롬비아 등 북중미와 남미 6개국을 돌며 축구연수 겸 여행 중이었던 김 감독에게 남종현 대표이사의 연락이 닿은 것은 김 감독의 경질 이후 사흘이 지난 3일 저녁이었다.
도민구단 강원을 살려보자는 남 대표이사의 열정에 감화된 김 감독은 쉽지 않은 길임을 알면서도 결국 3년 반 만의 K리그 복귀를 결심했다. 당초 한 달 가량 더 외국에서 머물며 축구여행을 계속할 생각이었던 김 감독은 "이제부터 팀을 파악해 나가야 한다. 당장 내일 모레(11일)경기부터 준비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가 있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지 않나. 급하게 한다고 되는 일은 없는 법이다"라며 차근히 팀을 추스려 상황에 맞는 '강원의 팀 컬러'를 가진 축구를 해나가겠다고 취임 일성을 표했다.
"이왕 하기로 결정한 것 미룰 필요가 있겠나. 어차피 왔으니 (대전전부터)벤치에 앉을 생각이다"고 전한 만큼, 김 감독의 데뷔전은 오는 11일 대전 원정경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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