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감독님이 '(3골이나 먹어) 배부르겠다'고 농담을 던졌다".
홍명보 올림픽 대표팀 감독은 지난 2일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NFC)에서 2012 런던 올림픽에 출전할 18인의 태극 전사들을 첫 소집했다.
첫째 주에는 해외파와 국내파 선수들의 몸 상태가 모두 달랐고, 부상을 입은 선수들도 있던 터라 가벼운 회복 훈련과 컨디션 상승, 체력 훈련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소집 둘째 주부터는 얘기가 달랐다. 런던행 비행기에 오를 시점(15일)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고, 일본에서 훈련했던 박주영도 지난 7일 홍명보호에 합류했기에 실전을 방불케 하는 전술 훈련을 실시했다.
선수들은 두 팀으로 나뉘어 주 포메이션인 4-2-3-1과 제 2안인 4-4-2의 자리에 맞춰 쉴새 없이 움직였다. 첫째 주에 컨디션과 체력을 끌어 올린 선수들의 몸놀림은 가벼워 보였다. 상대의 수비 라인과 공의 움직임에 따라 공격-미드필드-수비진은 조직적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전술 훈련을 소화했다.
구슬땀을 흘린 건 정성룡(수원) 골키퍼도 예외는 아니였다. 지난달 29일 와일드카드로 홍명보호에 합류한 정성룡은 이후 치른 K리그 2경기서 8실점했다. 포항전서 5골을 내줬고, 경남전서도 3번이나 골대 뒤로 공을 흘려보냈다.
찝찝했다. 꿀 같은 휴식도 반납한 채 8일 경남전을 마치고 9일 아침 팀에 합류한 정성룡은 이를 악물었다. 김봉수 골키퍼 코치가 스킬볼로 슈팅을 때리면 연신 몸을 날리며 공을 막아냈다. 땀은 비오듯 쏟아졌다.
"스킬볼로 연습을 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이날 훈련을 마친 소감을 밝힌 정성룡은 "홍 감독님이 오늘 아침에 '(3골이나 먹어) 배부르겠다'고 농담을 던졌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1~2번 경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분이 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선수들이 하나가 되지 못한 부분은 아쉬운 부분이었다"고 경남전 패인을 밝혔다.
정성룡을 전담 지도하고 있는 김봉수 골키퍼는 정성룡의 최근 대량 실점에 대해 "팀 전술이 잘 들어맞지 않는다면 골키퍼도 어쩔 수 없다. 2경기서 8골을 내줬지만 문제 없다"고 제자를 감싸안았다.
정성룡에게 런던은 올림픽 첫 무대가 아니다.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서 골문을 지켰던 23살의 정성룡은 이제 런던에서 와일드카드로 부름을 받아 대표팀 최고참의 운명을 맞았다.
정성룡은 "내가 대표팀에서 최고참이기 때문에 어떤 특별한 역할을 하기보다는 선수들과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알려주고 있다"고 든든한 모습을 보였다.
4년 전에는 올림픽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아픔을 겪었던 그였지만 2010 남아공 월드컵과 2011 카타르 아시안컵 등 굵직굵직한 대회를 모두 경험했던 정성룡은 자신감으로 넘쳐있었다.
"홍 감독님과 코칭 스태프들의 능력이 출중하지 않은가"라고 되물은 정성룡은 "선수들이 이에 잘 따라주고 열심히만 한다면 분명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2주차에 본격적인 실전 훈련의 스타트를 끊은 홍명보호는 오는 14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서 뉴질랜드와 국내에서 마지막 평가전을 치른 뒤 15일 격전지인 영국에 입성, 20일 '아프리카의 강호' 세네갈과 최종 모의고사를 벌인 뒤 26일 북중미의 강호 멕시코와 런던 올림픽 조별리그 첫 경기를 통해 메달 사냥의 첫 걸음을 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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