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으로 3S가 꼽힌다. 스피드(Speed)와 슬라이딩(Sliding), 그리고 빠른 스타트(Start) 기술이다. 두산 베어스의 현재이자 미래인 4년차 외야수 정수빈(22)이 스타트를 끊는 요령을 익히며 새로운 명품 주자로 우뚝 서고 있다.
올 시즌 정수빈은 72경기 2할4푼5리 28타점 21도루(2위, 9일 현재)를 기록 중이다. 타율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것이 아쉽지만 일단 누상에 나가면 상대 배터리를 위협하는 무서운 주자다. 정수빈의 올 시즌 도루 성공률은 87.5%(24번 시도/21번 성공)로 탁월하다.
대체로 도루 성공률 75% 이상을 기록하는 주자를 빠르고 내실있는 선수로 평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수빈의 도루 성공률은 대단한 수준. 현재 도루 10걸 중 도루 성공률 85%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정수빈과 배영섭(삼성, 16도루, 성공률 88.9%)이 유이하다.

데뷔 초기 정수빈은 상대 투수의 슬라이드 스텝에 혼동되어 역동작에 걸린 뒤 견제사를 당하는 횟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었다. 통산 도루 78개에 성공률 78.8%(99번 시도)로 일단 뛰면 살아나가는 경우가 훨씬 많았으나 그 전에 견제로 아웃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보여주던 정수빈이다.
그러나 지금의 정수빈은 상대의 견제구에 어이없이 물러나는 경우를 보여주지 않는다. 리드 폭은 예전과 비슷하지만 상대 투수의 투구 버릇을 이제는 어느 정도 숙지하고 나선다는 점을 의미한다.
"요령이 생겼어요. 아무래도 영업 비밀이라 상세하게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어느 시점에서 '저 투수가 견제를 하는 것인지 홈플레이트로 투구하는 것인지'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스타트 능력이 좋아지면서 도루가 많아지는 것 같아요".
경험이 쌓이고 분석에 대해 스스로의 이해력이 좋아지면서 도루에 대한 자신감도 부쩍 높아진 정수빈이다. "타격만 잘 되면 정말 좋겠는데"라며 훈련 후 땀범벅이 된 머리를 선풍기 앞에서 휘휘 저으며 웃은 정수빈. 2차 5라운드(2009년) 후순위 지명 신인은 4년이 지난 현재 팀의 날쌘 터보엔진으로 자리를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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