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부진 속에서도 미래를 향한 움직임은 멈추지 않는다.
LG가 연패에 빠져있지만 시즌 전 주축 선수 5명이 빠져나간 빈자리를 기존 선수들의 성장으로 채워가고 있다.
LG는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부터 포지션 전문화를 강조, 선수들의 포지션 변경 및 포지션 고정을 유도하며 공수에서 성장을 도모했다.

이로 인해 1군 무대에서 줄곧 외야수로만 뛰었던 이병규(7번)가 1루수로 전향했고 지난 시즌까지 여러 포지션을 소화했던 멀티 내야수 서동욱은 2루수 수비훈련에 집중했다. 이병규와 서동욱 모두 타격에 재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공수에서 발전을 이룩한다면 각각 이택근, 박경수의 공백을 메우는 셈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시즌 중에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시즌 1군에서 단 한 번도 포수로 뛰지 못하며 포수 마스크를 벗을 것처럼 보였던 윤요섭이 포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고 미완거포 정의윤도 최근 주전 외야수로 출장 중이다. 빼어난 타격 능력을 갖춘 윤요섭이 포수로서 자리 잡는다면 조인성과 같은 공격형 포수가 될 수 있으며 정의윤도 팀에서 드문 20대 우타 거포로 자리 할 수 있다.
일단 지금까지 결과는 좋다. 서동욱이 스위치 타자에서 좌타자 전환, 그리고 부상으로 부진하지만 이병규, 윤요섭, 정의윤 모두 3할대 타율로 2012시즌을 도약의 해로 만드는 중이다.
2010시즌 3할·12홈런으로 이미 한 차례 가능성을 증명했던 이병규는 팀 내 최고인 타율 3할3푼2리 출루율 4할5푼을 기록, 이제는 팀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로 자리 잡았다. 전지훈련 기간 동안 스스로 “건강하기만 하다면, 좋은 성적을 낼 자신이 있다. 기대해도 좋다”던 자신감을 그대로 실천 중이다. 이병규의 성장과 활약이 지속된다면 LG는 또 하나의 명품 좌타자를 보유하게 된다.
감독·코칭스태프에 직접 요청해 다시 포수마스크를 쓰고 있는 윤요섭은 최근 에이스 벤자민 주키치와 배터리를 이루고 있다. 언제나 “타격만큼은 자신 있다”며 타격에 대한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던 윤요섭은 시즌 전까지만 해도 1루수 포지션 전환에 임했다가 포수 포지션을 향한 마지막 도전장을 던졌다. 타고난 하드웨어에 비해 포수로서 갖춰야할 블로킹, 포구 능력이 떨어진다는 코칭스태프의 평가지만 실전 경험을 통해 부단히 자기 발전에 집중하고 있다. 김기태 감독도 “보통 프로선수가 선입견이라는 것에서 벗어나는 게 쉽지 않은데 윤요섭이 이를 극복하려 한다”며 윤요섭을 격려하고 있다. 현재 윤요섭은 타율 3할4푼9리 출루율 4할6푼2리를 기록, 규정타석을 채우진 못했지만 팀 내 우타자 중 가장 높은 타율과 출루율을 올리는 중이다.

그동안 많은 기대 속에서도 좀처럼 잠재력을 폭발시키지 못했던 정의윤도 6월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이후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김무관 타격 코치의 지도아래 홈런 보다는 다양한 방향으로 타구를 날리고 상체 힘을 빼는 데 주력하고 있는 정의윤은 어느덧 자신을 괴롭혀온 홈런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은 상태. 여전히 타격 메커니즘을 잡아가는 과정이지만 타율 3할8리로 통산 첫 3할 타율을 기록 중이다. 김기태 감독 역시 정의윤의 성장에 기대감을 숨기지 않으며 “의윤이가 타자로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충분히 재능이 있는 선수고 팀에서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는 선수다”면서 “앞으로도 꾸준히 기회를 줄 계획이다”고 밝혔다.
마운드에서는 유원상이 올 시즌 최고의 셋업맨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는 가운데 최성훈, 이승우, 임정우의 신예 선발투수들이 선발진 한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특히 대졸 신인 좌완투수 최성훈은 마운드 위에서 침착성과 배짱을 두루 갖추고 있고 경기운영 능력도 뛰어나 감독과 코칭스태프에게 신뢰를 얻고 있다. 현재로서는 최성훈이 선발진 경쟁에서 선두에 자리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시즌 마지막까지 이들 셋의 선발 로테이션 진입 경쟁은 지속될 예정으로 이들 중 누군가는 향후 LG 마운드의 주축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보통 한 시즌 성공과 실패의 기준을 4강 포스트시즌 진출로 잡는다. 하지만 포스트시즌 진출 못지않게 중요한 게 선수들의 성장을 도모하고 이룩하는 일이다. 선수들의 성장 없이는 절대 꾸준한 강팀이 될 수 없다. 김무관 타격코치와 차명석 투수코치 모두 “당장 한 해 반짝하는 팀이 아닌 향후 3, 4년 동안 꾸준한 팀을 만드는 게 목표다”며 비전을 갖고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물론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고 60경기나 남아있다. 최근 12경기 성적 2승 10패로 절제절명의 위기에 빠져있지만 신진 세력의 활약은 꾸준하다. 이들이 기존 베테랑과 조화를 이룰 때 LG도 반전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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