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타순 실험이 계속 된다.
한화는 지난 8일 대전 SK전에서 꽤 파격적인 선발 라인업 들고 나왔다. 클린업 트리오를 지킨 장성호가 1번타자로 전진 배치되고, 4~5번타자로 활약한 최진행이 7일부터 3번 타순으로 올라온 것이다. 한대화감독은 "이게 무슨 파격이냐. 파격이 아니다"고 말했지만, 한화의 타순 고민과 실험이 잘 나타난 대목이었다.
▲ 1번 장성호

1번 장성호는 김용달 타격코치의 표현에 따르면 '고육지책'이었다. 장성호가 1번 타순에 기용된 건 KIA 시절이었던 지난 2009년 6월23일 광주 SK전 이후 무려 1111일 만이었다. 장성호의 1번 기용은 한화의 리드오프 고민을 나타냈다. 주전으로 활약한 강동우가 2군에 내려간 뒤 양성우와 고동진이 차례로 기용됐으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1번 타순에서 찬스를 마련하지 못하는 바람에 4번타자 김태균은 2회 선두타자를 반복해야했다.
강동우는 지난달 26일 허리 미세 통증으로 1군에서 말소됐다. 강동우는 올해 1번 타순에서 204타수 60안타 타율 2할9푼4리로 분전했으나 페이스가 점점 떨어졌다. 강동우가 내려간 다음에는 한대화 감독이 기대를건 신인 양성우가 들어갔으나 1번 타순에서 52타수 9안타 타율 1할7푼3리에 그쳤다. 양성우가 2군에 내려간 다음 1번에 들어온 고동진도 1번 타순에서는 17타수 3안타 타율 1할7푼6리로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한화는 한대화 감독과 김용달 타격코치가 함께 오더를 작성하고 있다. 이날 김 코치 오더를 받아든 한 감독도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이내 수긍했다. 김 코치는 "감독님과 상의한 결과 아무래도 1번타자감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장성호가 낫다고 생각했다. 발이 빠르지는 않지만 기본적인 에버리지가 있고 선구안이 좋아 출루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장성호는 올해 타율 2할8푼5리에 3할7푼9리의 출루율을 자랑한다. 타석당 투구수도 4.4개로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중 가장 많다. 빠른 발을 제외하면 1번타자의 조건을 갖춘 것이다.

▲ 3번 최진행
한화는 주전 1번타자로 활약한 강동우가 10일 잠실 두산전부터 1군에 합류할 예정이다. 그러나 당장 주전으로 기용될 수 있을지 미지수. 한대화 감독은 "2군에서도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았다"고 했다. 1번 타순은 당분간 장성호의 차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강동우가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며 1번으로 들어가도 장성호는 원래의 3번 타순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낮다. 김용달 코치는 "성호는 1번이 아니면 5번에 넣을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3번 타순에 최진행이 있기 때문이다. 최진행은 지난 7~8일 대전 SK전에서 3번타자로 기용됐다. 그 이전 4경기에서 최진행은 5번타자로서 12타수 무안타로 침묵했지만 오히려 과감하게 3번 타순으로 앞당겼다. 3번타자로 나온 주말 2경기에서 최진행은 6타수 3안타 3타점 2볼넷으로 살아난 모습을 보였다. 김태균 앞에서 찬스를 마련하거나 직접 해결해주는 면모를 과시했다.
최진행은 "3번 타순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 건 없었다"고 했지만 김용달 코치는 "진행이가 5번 타순에서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아무래도 태균이를 거르고 승부해오는 것에 한두 번 결과가 좋지 못한 바람에 부담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며 "3번 타순에서 결과가 좋게 나오고 있는 만큼 당분간 3번으로 계속 기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바로 뒤에 김태균이 있기 때문에 상대 배터리는 최진행과 적극적으로 승부해야 한다. 최진행도 자신이 직접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타순이 바로 3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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