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데뷔? 앞으로 한 2년은 고생해야겠네요."
'한 방'에 뜨는 신인가수가 없어졌다. 인지도를 얻기까지 몇달, 길게는 몇년, 히트곡을 내기까지는 그야말로 상당한 출혈을 견디며 버텨야 한다. 그 과정에서 일부 제작자는 그룹을 포기하고, 몇몇 가수들은 이탈하게 마련. 그러나 깔끔한 포기도 어렵다. 수십억원의 빚더미에 내몰렸다가 뒤늦게 기적적으로 히트곡이 나온 모 신인그룹의 전례는 쉽게 미련을 버리지도 못하게 하고 있다.
신인그룹이 데뷔하자마자 1위를 거머쥔 건 미쓰에이가 마지막. 2010년 '배드 걸 굿 걸'이 음원차트를 강타하면서 한 방에 미쓰에이를 인기그룹 대열에 올려놨다. 그러나 이후 2년여동안 이같은 신인의 열풍은 찾아보기 힘든 상태.

지난 상반기 대형기획사가 내놓은 엑소케이(SM), JJ프로젝트(JYP), 비투비(큐브) 등도 가요계서 상당한 주목을 받았으나 데뷔곡을 곧바로 히트곡으로 만드는 데에는 어려움이 따랐고, B.A.P, 뉴이스트, 헬로비너스 등도 천천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신인그룹의 티를 벗고 인기그룹 반열에 올라선 가장 최근 케이스는 틴탑. 2010년 데뷔한 틴탑은 1년6개월여만인 지난 1월에서야 '미치겠어'로 지상파 음악프로그램 1위를 거머쥐었다. 그동안 내놓은 타이틀곡만 '박수', '수파러브', '향수 뿌리지마', '미치겠어' 등 4개. 틴탑의 예를 들어 가요계에는 적어도 '4장은 내놔야' 뜰 수 있다는 공식이 생겨나기도 했다.
앞서 자리잡은 인피니트도 지난해 '내꺼하자'로 히트곡을 만들어내기까지 2010년 6월부터 '다시 돌아와', '쉬즈 백(She's back)', 'BTD', '나씽즈 오버(Nothing's over)', '캔 유 스마일(Can you smile)' 등을 내놨다.
이 과정을 견디는 제작자와 멤버들의 마음 고생은 상당하다. 틴탑은 최근 기자와 만나 "솔직히 안힘들었다면 거짓말이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신인그룹 멤버는 "우리는 괜찮다. 그런데 사장님(제작자)이 언제까지 우리를 끌어주실진 잘 모르겠다"며 불안해하기도 했다.
그래도 1~2년차들의 사정은 좀 괜찮은 편. 데뷔 3~4년차에 접어든 가수들은 신곡을 낼 때마다 '이번에도 안되면 해체'라는 말이 입버릇처럼 따라붙는다.
한 신인그룹의 관계자는 "특히 아이돌그룹은 유지비가 장난이 아니다. 한달에 2억여원이 깨지는데, 히트곡만 나오면 모든 빚이 한 방에 청산되겠지만, 회사가 그때까지 견뎌줄 진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신인가수의 제작자는 "이제 음반 제작은 누가 더 많은 돈을 끌어와 누가 더 오래 버티냐의 싸움이 된 것 같다. 일부 작곡가들이 만들어내는 노래의 퀄리티는 모두 비슷비슷하고, 가수들 수준도 모두 상향조정돼서, 한 방에 수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정상에 올라서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듯 하다"고 풀이했다.
물론 이 모든 게 지나고 나면 모두 도움이 되는 과정이었다는 결론. 쉽게 성공한 케이스보다 오히려 더 끈끈한 관계를 맺을 수도 있다. 틴탑 멤버들은 "그래도 이렇게 차근차근 올라온 게 더 좋은 것 같다. 너무 조급해 하지 않고, 우리 무대에 집중하는 법을 배웠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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