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스케일+잔재미 기대만큼!'
베일을 벗은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이 10인 캐릭터의 조화로운 앙상블을 보여주며 한국형 케이퍼 무비로 짜릿한 쾌감을 안겼다.
10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갖고 첫 공개된 '도둑들'은 최동훈 감독의 영화란 브랜드를 갖고 김윤석, 이정재, 전지현, 김해숙, 김수현, 오달수 등 대한민국 대표 배우들이 대거 출연, 기획단계에서부터 큰 기대감을 심어준 작품이다. 기대치가 높은 만큼 걱정이 클 법도 하지만 영화는 최동훈표 한국형 집단범죄극으로 관객들의 눈높이를 한층 높여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도둑들'은 마카오 카지노에 숨겨진 희대의 다이아몬드 태양의 눈물을 훔치기 위해 한 팀이 된 한국과 중국의 프로 도둑 10인이 펼치는 범죄 액션 드라마. 10인 도둑들 각자의 뚜렷하고 개성있는 캐릭터와 휘황찬란한 말장난과 끊임없는 잔재미, 그리고 그간 한국영화로서는 가히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와이어와 총격 액션이 장점이다.
단 한 인물도 겹치는 부분 없는 다양한 집단 캐릭터들은 싱싱하고 호기심을 자아내며, 배우들과도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그 만큼 드라마에 기대지 않아도 그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볼거리를 안긴다. 캐릭터의 마찰은 짜릿하고, 도둑질은 아슬아슬하다.
'마카오박' 김윤석과 '팹시' 김혜수는 러브라인과 도둑질, 둘 다에 무게중심을 잃지 않고 섹시하면서도 믿음직스럽다. 이정재는 이정재이기에 가능해 보이는 비열하지만 매력적인 '뽀빠이'를 보여준다. 전지현에게 과감한 기습키스를 날리는 '잠파노' 김수현은 그를 대세로 올려놓은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보다 기름기 빠진 풋풋한 모습이 싱그럽고, '씹던껌' 김해숙은 푸근하면서도 날카롭게 매력적인 중년 여배우의 포스를 풍긴다.
전지현이 연기하는 '예니콜' 캐릭터를 관객들이 특히 좋아할 만 하다. 8등신 몸매로 줄타기를 하는 예니콜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찰지게 욕을 내뱉고 어떤 순간에서도 농염한 여유를 부릴 줄 알며 가장 수다스럽다. 성형했냐는 오달수의 질문에 "이렇게 태어나기 얼마나 힘든 줄 알아!"라고 소리치는, 예쁘지만 고상하지 않고 유혹적이지만 치명적이지는 않는 전지현은 이 작품으로 오랫만에 국내 관객들에게 '배우 전지현'의 매력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110여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2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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