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에 서면 존재감 느낀다."
오랜만에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SK 투수 윤길현(29)의 표정은 밝았다. 정규시즌으로는 지난 2009년 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9월 26일 문학 두산전 이후 2년 9개월여만이다. 포스트시즌까지 합하면 10월 24일 KIA와의 한국시리즈 7차전이 마지막 등판이다.
10일 비 때문에 경기가 연기된 문학 넥센전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윤길현은 "감격스럽다"고 소감을 밝히면서도 "걱정을 많이 했다. 공백이 길어서 다시 뛸 수 있을까 생각했다. 공백을 느끼지 않게 해주신 감독님, 코치님께 감사하다. 잘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윤길현은 2009시즌을 마친 후 입대하기까지 SK 불펜의 핵심 자원이었다. 특히 2007년(71경기 8승3패 18홀드 평균자책점 2.88) SK의 창단 첫 우승과 2008년(55경기 1승 2세이브 14홀드 평균자책점 2.90)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제패, 2009년(51경기 6승 3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4.40) 3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당시 황금 불펜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아직 완전히 제 구위를 찾지는 못했다. 윤길현은 올해 퓨처스리그(2군) 경기에 13차례 등판, 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4.34를 기록했다. 한 경기 가장 많은 투구수는 28개였다.
윤길현은 1군 마운드에 대해 "한국시리즈 때나 신인 때처럼 떨릴 것 같다. 2군 경기에 올라가서도 그랬다"면서 "하지만 이후 그런 생각이 없어졌다. 작년에도 계속 뛰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빠른 적응력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특히 윤길현은 2007년과 2008년 2년 연속 우승한 시즌보다 KIA에 패해 준우승에 그친 2009시즌을 더 기억에 남는 시즌이라 평가했다. 그 이유로 "2007년과 2008년은 우승과 성취감을 줬다면 2009시즌은 졌지만 팀을 위해 던졌고 이게 팀이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집중력이 좋았지만 부상자도 많았다. 희생을 해야 했던 때다. 없어도 이렇게 야구를 하는구나라는 것을 알게 됐다"는 윤길현은 "TV를 봐도 예전처럼 야구를 잘한다"고 팀동료들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왼손타자를 상대하기 위해 정우람에게 체인지업을 배웠다는 그는 위기상황에 오를 때마다 "마운드에 서면 어떤 느낌을 받는다. 일종의 존재감이랄까"라며 웃어보였다.
스프링캠프 때는 선발 투수 후보군에 끼었던 윤길현이었다. 그러나 몸이 준비돼 있지 않았다. 윤길현은 "선발 투수 후보에서 탈락한 것은 많이 아쉬웠다. 몸이 돼 있지 않았다"면서 "내년, 내후년 몸이 괜찮을 경우 도전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