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투수·심판마저 무색케 만든 15호 홈런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7.10 21: 44

투수 입장에서는 차라리 볼넷이 나았을 것이다. 
오릭스 버팔로스 4번타자 이대호(30)가 상대 투수와 심판마저 무색케 하는 15호 홈런을 작렬시켰다. 이대호는 10일 일본 미야기현 크리넥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2 일본프로야구' 라쿠텐 골든이글스와의 원정경기에 4번타자 1루수로 선발출장, 5회 선두타자로 나와 팀에 3-2 리드를 안기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지난 8일 지바 롯데 마린스전 이후 2경기 연속 홈런으로 시즌 15호. 퍼시픽리그 홈런 부문 1위를 질주했다. 
최근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하고 있는 이대호에게 라쿠텐 좌완 선발 가와이 다카시는 철저하게 견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1회 2사 3루 첫 타석부터 그랬다. 1~2구 모두 몸쪽으로 높게 직구를 던졌다. 얼굴 쪽으로 향하는 위협구. 이대호는 투수 가와이를 흘깃 쳐다보며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결국 6구 만에 볼넷을 골라나갔다. 

선두타자로 나온 3회 두 번째 타석도 마찬가지였다. 초구 싱커가 몸쪽으로 들어온 스트라이크. 2구째 직구는 더 높게 향했지만 이대호는 과감하게 배트를 돌려 파울을 쳤다. 투스트라이크로 몰렸지만 이후 파울 커트만 4개. 비록 우익수 뜬공으로 아웃됐지만 9구 승부를 벌이며 가와이를 끈질기게 괴롭혔다. 
결정적인 장면은 5회였다. 어김없이 선두타자로 등장한 이대호는 3B1S 유리한 볼카운트를 점했다. 여기서 가와이의 5구째 슬라이더가 바깥쪽 높게 향했다.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공이었고, 이대호는 홈플레이트를 지나 1루로 향하는 동작을 취했다. 그러나 주심은 멈춤 동작 없이 스트라이크를 판정했다. 이대호는 잠시 의아한듯 멈춰섰다가 다시 타석에 들어섰다. 
3B2S 풀카운트. 볼넷을 하나 잃은 이대호는 곧바로 되갚았다. 가와이의 6구째 가운데 낮게 떨어지는 126km 슬라이더를 잡아당겼고 타구는 라이너성으로 뻗어나가 좌측 담장을 넘어갔다. 팀의 3-2 리드를 이끄는 비거리 105m 시즌 15호 솔로 홈런. 애매한 볼 판정에 홈런으로 되갚아준 순간이었다. 투수 가와이 입장에서는 오히려 볼넷으로 보내는 게 나았던 상황이었다.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한 외국인 타자들에게 투수들의 몸쪽 위협구와 심판들의 애매한 볼 판정은 반드시 이겨내야 할 텃세. 이날 15호 홈런은 이대호가 얼마나 강한 타자인지를 보여준 장면이었다. 투수와 심판 모두 무색케 만든 한 방. 과연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기싸움에서 밀리거나 볼 판정에 흔들리지 않는 강타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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