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감독인 만큼 성적이 우선이다. 트레이드 결과는 미래의 일이니 알 수 없지만 그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지 않겠다”.
당장의 성적에 의해 입지가 불안해질 수도 있는 감독직. 그러나 그는 취임 당시 ‘당장만이 아니라 10년도 끄떡없는 강호 팀을 만들고 싶다’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리고 미래는 알 수 없다. 김진욱 두산 베어스 감독이 외야수 이성열(28)을 넥센 히어로즈에 주고 영입한 좌타자 오재일(26) 트레이드에 대해 책임 회피하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두산은 지난 9일 이성열을 넥센에 주고 오재일을 받는 1-1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올 시즌 정수빈에게 우익수 자리를 내주고 자주 출장기회를 갖지 못했던 이성열이지만 그는 2010시즌 풀타임으로 24홈런 86타점을 올렸던 파괴력있는 타자다. 반면 오재일은 프로 통산 184경기 1할8푼4리 6홈런 42타점(10일 현재)으로 1군 기록이 일천하다. 객관적 기록만 보면 추가 한 쪽으로 기운 것이 사실이다.

“손해가 아니라는 자신감이 있어 트레이드에 합의한 것이다. 나는 감독으로서 앞으로 나올 트레이드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위치다. 오재일이 어떤 결과를 낳을 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지금 당장만이 아니라 길게 봤을 때 손해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이성열이 나가면서 두산의 외야진은 확실히 헐거워졌다. 그에 대해 김 감독은 퓨처스리그에서 타격 능력이 좋아진 정진호와 베테랑 외야수 임재철의 올스타 브레이크 이전 1군 합류로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격력에서 공백은 있을 지 몰라도 확실히 수비력에서 공백은 사라졌다.
탁월한 주루 능력을 갖췄으나 지난해 47경기 1할1푼4리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겼던 2년차 외야수 정진호는 올 시즌 퓨처스리그 51경기서 3할2푼4리로 좋아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성열과 우익수 백업 자리를 경쟁하던 임재철의 1군 복귀도 머지 않았다. 시즌 후 경찰청에서 민병헌, 오현근, 박건우 세 명의 외야수가 제대하는 만큼 김 감독은 당장 외야수가 나갔다는 것보다 1루를 맡을 수 있는 오재일의 가세에 더욱 주목했다.
“현재 1루 요원 중 최준석과 오재원의 몸 상태가 좋은 편이 아니고 이들은 병역 문제가 남아있다. 그리고 좌타자로서 공격력을 뽐낼 수 있는 오재일의 장점도 감안했다. 인창중-인창고(오재일은 2학년 시절 분당 야탑고로 전학) 시절 지켜봤던 오재일은 과거 신경식 코치(현 고양 원더스 코치) 같은 1루수가 될 수 있는 자질을 갖췄다”.
일단 오재일은 합류 첫 날인 10일 잠실 한화전서 8번 타자 1루수로 신고식을 치렀다. 경기 성적은 2타수 무안타 1타점. 그 1타점은 5회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상대 선발 김혁민에게 무득점으로 봉쇄당하던 팀의 첫 만회점이었다. 3회 초구 포수 파울플라이를 제외하면 대체로 타구 질은 나쁘지 않았다.
오재일은 사실 상무 복무 시절(2007~2008시즌) 우타자 동기생 박병호(넥센)와 함께 팀 중심타선을 지켰던 유망주 출신이다. 공교롭게도 동기생에게 밀려 새 둥지를 찾는 처지에 이르렀으나 장타를 터뜨릴 수 있는 잠재력은 충분히 갖췄다. 최준석, 오재원의 병역 공백 시 오재일은 같은 좌타 1루수인 김재환, 우타자 오장훈과 경쟁을 펼칠 수도 있다. 이 중에서 누군가 두각을 나타내면 성공적인 서바이벌 게임이지만 다 실패하면 남는 것이 없는 시나리오다.
힘은 갖췄으나 기교가 부족했던 선수의 트레이드. 2009년 김상현(KIA)이 사상 첫 당해년도 이적생 MVP가 될 수 있을 지, 지난해 넥센 유니폼을 입은 박병호가 지금 넥센 부동의 4번 타자가 될 것인지 확실하게 예견했던 이는 거의 없었다. 트레이드를 통한 신데렐라 스토리. 그 주인공은 이성열이 될 수도 있고 지금은 두산 팬들의 의구심 거리가 되고 있는 오재일이 될 수도 있다. 미래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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