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불가한 전지현의 매력!'
10일 언론배급시사회를 갖고 첫 공개된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25일 개봉)은 한국 톱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도둑 10인 캐릭터의 톡톡 튀는 개성과 앙상블로 짜릿함을 안겨주지만 특히 전지현의 캐릭터인 예니콜이 가장 호기심을 자아내는 인물임은 부정할 수 없다. 시사 후 전지현에 대한 놀라움과 감탄의 반응이 줄을 잇고 있다.
전지현이 연기하는 '예니콜' 캐릭터를 관객들이 특히 좋아할 만 하다. 8등신 몸매로 도둑들 중 줄타기를 담당하는 예니콜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찰지게 욕을 내뱉고 어떤 순간에서도 농염한 여유를 부릴 줄 알며 가장 수다스럽다.

"성형했냐"는 질문에 "이렇게 태어나기 얼마나 힘든 줄 알아!"라고 소리치는, 예쁘지만 고상하지 않고 유혹적이지만 치명적이지는 않는 예니콜을 연기한 전지현은 이 작품으로 오랫만에 국내 관객들에게 '배우 전지현'의 매력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전지현은 이 작품으로 과장하면 잃어버린 10년을 찾았다고도 할 수 있다. 지난 1998년 패션모델로 데뷔 후 같은 해 SBS 드라마 '내 마음을 뺏어봐'에서 청순하고 풋풋한 매력을 선보였던 전지현은 1999년 한 광고에 출연, 당시 유행했던 '테크노 댄스'를 섹시하고도 파격적으로 표현해 '테크노 여왕'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2년 후 전지현은 지금의 전지현을 만들어 준 작품을 만나게 된다. 차태현과 호흡을 맞춘 영화 '엽기적인 그녀'(2001)가 그 작품. 마음 속 상처를 지녀 엽기적인 행각을 일삼는 청순미녀를 연기한 전지현은 당시 '전지현 신드롬'을 일으키며 한류스타로도 자리잡았다.

이후 전지현은 약 2년에 한 번 씩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데이지',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등에 출연했다. 박신양과 호흡을 맞춘 공포물 '4인용 식탁', 황정민과 나란히 주연을 맡았던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에서는 각각 기면증을 앓는 여인과 휴먼다큐 PD를 연기하며 메이크업을 전혀 하지 않은 채 카메라 앞에 서는 등 나름 파격적인 도전도 펼쳤다.
뿐만 아니라 할리우드에 꾸준히 문을 두드리며 글로벌 홛동도 했는데, 뱀파이어로 변신한 첫 할리우드 도전작 '블러드'는 흥행에 실패하긴 했지만 도전 정신만큼은 높이 살 만 했다. 그런가하면 19세기 중국 청나라시대를 배경으로 두 여인의 인생을 담은 영화 '설화와 비밀의 부채'에서는 화장기 없는 수수한 얼굴의 중국 여인이 됐지만 국내 관객들을 많이 만나지 못했다.
이렇듯 전지현은 '엽기적인 그녀' 이후 10여년간 국내외를 오가며 다양한 작품을 해왔지만 대중과 가까이 호흡하거나 명성에 어울릴만한 임팩트 있는 작품을 내놓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최근까지도 대중이 가장 기억하는 전지현의 모습은 '엽기적인 그녀' 혹은 CF 속 모습이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전지현은 드디어 최동훈 감독을 만나 이 잃어버린(?) 10년을 단번에 되찾을 만한 연기를 보여주게 됐다.
영화 속 예니콜은 전지현이 아니면 다른 배우가 쉽게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그와 100%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단번에 '너 줄 타는 애구나'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얇고 탄탄하고 긴 8등신 몸매와 연하 꽃미남의 짝사랑을 받을 만한 뛰어난 미모, 순진하면서도 여우같은 이중적인 얼굴이 전지현을 통해 완성된다. 전지현은 '엽기적인 그녀' 이후 외모를 드러내는 대신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연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을 종종 해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장점인 외모를 100% 발산하는 영화를 통해 다시한 번 재능을 인정받게 됐다.
여기에 낯뜨거운 말도 스스럼 없이 내뱉는 능글능글한 예쁜 누나 캐릭터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여자들한테도 '미친X'이라는 욕을 듣는 얄미운 면모는 귀엽기까지 하다. 전지현이 방정맞게 기쁨의 춤을 추고 김수현에게 기습키스를 받았을 때 보이는 반응은 큰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이다. 예니콜 문신의 의미인 '해피엔딩은 나의 것'은 이번 영화에서 전지현의 것이기도 하다. '유부녀' 전지현의 배우 2막을 기대해봐도 좋을 듯 싶다.
ny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