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새끼' 김준구 "오달수 선배 보고 연기의 멋 알았죠" [인터뷰]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2.07.11 17: 22

파격적인 캐스팅이었다. 영화 '친구', '통증' 등으로 대한민국 대표 감독으로 자리잡은 곽경택 감독이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다룬 영화 '미운 오리 새끼' 주인공으로 아직 어떤 작품에도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는 신예 김준구를 선택했다.
SBS '기적의 오디션' 속 미션 중 하나였다고는 하지만 곽경택 감독으로서는 어찌보면 큰 모험을 했다고도 할 수 있다. 미션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식으로 극장에서 개봉되는 상업영화에 신인을 주인공으로 캐스팅 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영화 속 신인이 김준구 뿐만 아니라 꽤 여럿돼 더욱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러나 지난 4일, 김준구를 실제로 만나본 이후 그 의아함은 긍정으로 바뀌었다. '이래서 곽경택 감독이 마음에 들어했구나'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김준구는 밝았고 성실했으며 개념찬 배우였다. 특히나 첫 주연에 대한 소감을 물었을때 겸손함을 표하는 것도 꽤나 인상깊었다고나 할까.

- 작품 선택의 계기가 뭔가.
▲ '기적의 오디션' 속 영화 미션이기도 했고 감독님이 여섯명한테 초본을 주시고는 초판을 보고 자신에게 맞는 캐릭터에 오디션을 보라고 하셨다. 내 과거를 말하자면 옛날에 코스프레를 했었다.  군대 전역하고 나서 2명이 함께 코스프레 대회를 나갔고 거기서 1등을 한 적이 있다. 의도치 않게 갑자기 이상한 이력이 생긴 거였다(웃음). 그런 얘기를 감독님과 술을 먹다 했는데 그런 이야기가 '미운 오리 새끼' 초판에 들어가있더라. 그래서 낙만 역에 오디션을 봤다.
- 곽경택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워낙에 거장이라 부담감도 있었을텐데.
▲ 오히려 부담감이 덜했다. 나는 그저 꿈만 '액션배우'였던 터라 '기적의 오디션'에서 처음 만난 영화감독님이 곽경택 감독님이여서 그랬던 것 같다. 영화계에 있었으면 '거장'이라는게 확 다가왔을텐데 말이다. 그리고 편하게 대해주셨다. 단, 카리스마는 굉장하시다. 확실히 스태프 100여명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는 있다. 그렇지만 이번엔 신인들도 많고 신인들이 처음 작업한 거라 온화하게, 격려해주시면서 부담갖지 말고 하라고 하셨다.
- 곽경택 감독 젊은 시절과 싱크로율 100% 이더라.
▲ 나는 내가 더 잘생겼다고 생각한다(웃음). 아무래도 감독님보다 젊으니까 낫지 않나. 느낌이 감독님과 좀 비슷하더라. 정말 어떻게 보면 비슷하게 생겼다. 내 핸드폰에 감독님과 찍은 사진이 있는데 정말 닮게 나왔다. 우리 친아버지가 질투했다(웃음).
- 극중 캐릭터 때문에 삭발을 해야했다. 소감이 어떤가.
▲ 캐릭터가 머리를 깎아야 했는데 한 가지 걸렸던게 내가 수능때 공부하면서 삭발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정말 삭발이 그렇게 안 어울릴줄은 몰랐다. 그래서 '다음에는 깎을 일 없겠지' 싶었는데 이렇게 또 삭발을 했다. 짧게 머리를 자르고 왔는데 스태프분들이나 다들 잘생겼다고 하더라. 그리고 감독님도 딱이라고 했다. 난 아니었는데(웃음). 잘 어울린다고 하셔서 그땐 좋았다.
-실제 군대 경험이 도움이 됐나.
▲ 내가 헌병 출신이다. 극중에서는 방위이지만. 헌병이 영창문을 열 때의 행동들은 도움이 됐고 방위는 감독님에게 도움을 받았다. '미운 오리 새끼'가 자전적인 영화라 감독님을 관찰해서 낙만 캐릭터를 표현했다. 
-대선배 오달수와의 호흡은 어땠나.
▲ 엄청 부담됐다. 대선배와의 연기이지 않나. 그분이 연기 한 번 안 해본 내 연기를 어떻게 평가하실까 걱정했다. 그렇지만 오디션때도 그렇고 '내가 할 수 있는걸 보여드리자'라고 생각하고 연기를 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편하게 대해주셨다. 기에 눌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편하게 대해주시니까 극중 역할처럼 진짜 '아버지'라고 불렀다. 연기 도움을 많이 주셨다. 감정 잡아주는 것도 도와주시고. 내가 만족이 안 될 때는 죄송했다. 연기라는게 상호간에 맞물려야 잘나오니까 말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연기가 늘까요' 여쭤본 적도 있다. 친해지고 싶었고 그런데 번호는 모른다(웃음). 선배님이 연기하는 모습을 보는데 너무 멋있었다. 연기 잘하는게 이렇게 멋있는거구나 느꼈다.
-첫 데뷔로 주연을 맡은 소감은.
▲ 주연도 좋지만 나 자신도 계단을 밟아서 올라가야 된다는 생각이 드는데 엘리베이터를 탄 기분이 들어서 부담이 심했다. 상업영화인데 연기가 취미활동도 아니고 열심히만 해서 되는 것도 아니라서 못하겠는건 못하겠다고 말하는게 맞지 않을까 했다. 그렇지만 그걸 무릅쓰고 감독님이 주연을 나에게 주신 것에도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한테 무언가를 느끼셨으니까 주연 자리를 주셨겠지 해서 감독님을 믿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 '기적의 오디션'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 액션 배우를 원래 하고 싶었다. 그걸 안 주변 사람들이 '너 액션배우 하고 싶으면 연기를 배우는게 좋지 않냐'고 하셔서 아카데미에 들어갔다. 아카데미 통해서 '스펀지'에도 출연하고 퀴즈 프로그램들도 나갔다. 그런데 엑스트라만 내보내고 연기자 데뷔의 길을 안 닿더라. 그래서 '일단 졸업하는게 어떻냐'고 하셔서 대학을 다니고 있다가 우연히 tv에서 '기적의 오디션' 광고가 나왔다. 그걸 보고 일주일을 고민했다. 날고기는 사람들이 나올텐데 저길 나가서 될가 생각했는데 혼자 고민해봐야 뭐하나. 그러면 내가 할 수 있는걸 보여주자 생각해서 에라이 하고 나갔다. 결과가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다. 
- 이상형이 어떻게 되나.
▲ 나는 여복이 없는 것 같다. 헤어진 지 1년 정도 됐는데 요샌 정말 다 예쁘다. 일단 얘기가 잘 통하는 사람이 계속 보면 호감이 생긴다. 솔직히 매력 없는 사람이 어딨나. 하지만 얘기가 통해야 하는 것 같다. 외모를 안 본다는건 아니다(웃음). 그렇지만 인기 많은 사람은 부담스럽다.
- 해보고 싶은 역할이나 장르가 있다면.
▲ 영웅 캐릭터를 하고 싶다. 역사적 위인을 영웅화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가 돼야 하니까 아직은 잘 하는 걸 더 많이 만들고 뿌리를 기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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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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