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이 컸음에도 생각보다 잘 해줬다. 다만 넥센 시절 2군에 내려간 뒤 훈련이 부족했던 것 같다. 타격 훈련 때 스윙이 대체로 크더라”.
김진욱 두산 베어스 감독이 이적 첫 경기서 희생플라이로 첫 타점을 기록한 좌타 1루수 오재일(26)에 대해 이야기했다. 특히 득점 찬스에서 최소한 외야 플라이를 기대할 수 있는 타자라는 점에서 은근한 기대감을 비췄다.
김 감독은 11일 잠실 한화전을 앞두고 전날(10일) 오재일을 이적 첫 경기 스타팅으로 출격시킨 소감에 대해 이야기했다. 오재일은 10일 경기서 8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장해 2타수 무안타를 기록했으나 5회 1타점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만회점을 올리며 4-3 끝내기 승리에 보탬이 되었다.

“우완 김혁민이 선발로 나섰기 때문에 선발 라인업에 놓은 것도 있다. 스스로 이적 첫 날이라 부담이 있었겠지만 생각보다는 잘 해줬다. 다만 넥센 있을 때 2군 내려가서 훈련이 부족했던지 타격 시 스윙이 크더라. 그래도 김혁민의 볼 끝이 좋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잘 해준 경기였다”.
특히 김 감독은 오재일이 찬스 상황에서 외야로 공을 띄워 보냈다는 점을 높이 샀다. 두산 타자들의 올 시즌 득점권 타율은 2할9푼7리로 삼성(2할9푼9리)에 이어 2위로 뛰어나다. 그러나 어쨌든 안타 성공률은 30%에 채 못 미치는 것이 사실. 불리한 입장인 타격임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다.
그에 반해 두산의 팀 전체 희생플라이는 20개로 전체 5위다. 경기를 하나하나 따져보면 두산은 대체로 1사 득점권에서 삼진보다 내야 땅볼 혹은 내야 플라이가 자주 나왔던 팀이다. 그나마 2루 땅볼 같은 경우는 진루타가 되지만 내야 뜬공은 그저 아웃카운트 하나만 쌓이게 된다. 찬스에서 경직되어 극단적인 어퍼 스윙이나 빗맞는 타구를 양산한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자기 스윙을 가져가면서 못해도 외야 플라이는 때려낼 수 있는 타자가 필요했던 두산의 현실이다. 공을 띄울 수 있는 타자의 존재는 투수에게 ‘한 방을 맞을 수도 있다’라는 경계심을 심어줄 수 있다. 두산 뿐만 아니라 모든 구단이 최소 외야 뜬공은 때려낼 수 있는 순혈 파워히터를 필요로 하는 이유다.
“최근 들어 타자들에게 찬스 상황에서 ‘외야 플라이를 친다는 생각으로 쳐라’라는 주문이 많았었다. 그 점이 그동안 수월하지 않았다. 오재일의 경우는 상대 김혁민의 볼 끝이 좋았기 때문이지 외야 플라이 타구질도 괜찮았다”. 당장의 커다란 기대치를 갖고 있는 선수가 아닌 만큼 아직 김 감독은 오재일의 가능성을 더욱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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