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호'의 시작이 좋다. 웨슬리가 골폭탄을 터뜨린 강원이 적지에서 귀중한 1승을 챙기며 김학범호의 출항을 승리로 장식했다.
강원 FC는 11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20라운드 대전 시티즌과 원정경기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웨슬리의 활약에 힘입어 3-0 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한 강원은 6승2무12패(승점 20)로 단숨에 광주를 제치고 12위로 뛰어올랐다. 반면 대전은 5승3무12패(승점 18)로 15위로 내려앉았다.
어수선했던 팀의 분위기를 다잡는 귀중한 승리이자 새로 부임한 김학범 감독을 미소짓게하는 데뷔전 승리였다. 상대가 대전이라는 점도 의미가 깊었다. 지난 해 7월 중도 취임한 유상철 감독의 데뷔전 상대였던 강원은 초보 감독에게 첫 승을 내주며 '유상철의 대전'에 대한 징크스를 만들었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 중도취임한 김 감독이 대전을 상대로 데뷔전에서 첫 승을 거두게 된 셈이다.

대전은 최근 잠시 주춤한 기색을 보였다고는 해도 강등권에 분류된 팀들 중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반면 강원은 촉박한 시간 탓에 아직 김학범 감독의 색깔을 제대로 입히지 못해 선수들의 정신력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나 경기 전 유 감독이 "강원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됐을 것이다. 그 부분이 걱정이 된다"며 우려를 표했던 것이 그대로 들어맞았다.
전반 초반부터 두 팀은 미드필드에서 치열한 허리 싸움을 벌였다. 허범산과 웨슬리가 각각 유효슈팅을 한차례씩 나눠봤지만 골장면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전반 25분을 지나며 강원이 전방의 웨슬리에게 이어지는 날카로운 패스를 몇번 뿌려봤으나 마무리에서 아쉬움을 남기며 골 기회를 놓쳤다.
그러나 웨슬리는 결국 전반 31분 자신에게 왔던 기회에 대한 보답을 했다. 역습 상황에서 김은중이 재치있게 앞으로 길게 찔러준 공을 받아 페널티 박스 안으로 돌진한 웨슬리는 앞으로 나온 김선규 골키퍼를 제치고 왼발로 가볍게 밀어넣으며 선제골을 터뜨렸다.
웨슬리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대전의 공세에 고전하던 강원은 12분 역습 찬스를 잡은 김은중이 정확하게 보고 넘겨준 공을 다시 한 번 웨슬리가 잡았다. 수비수를 가볍게 따돌리며 김선규 골키퍼의 왼쪽으로 공을 밀어찬 웨슬리는 팀의 2번째 골을 뽑아냈다.
추가실점까지 한 대전은 곧바로 허범산 대신 새로 영입한 용병 알렉스 테하를 교체투입했다. 그러나 불붙은 웨슬리는 대전 진영을 휘저으며 후반 15분 다시금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슈팅을 때렸다. 공은 크로스바를 맞고 넘어갔지만 더 이상 추가실점을 허용해서는 안되는 대전으로서는 가슴이 철렁한 순간이었다.
아쉬운 기회를 놓친 웨슬리는 후반 22분 결국 또 한 번 골을 만들어내며 기어코 해트트릭을 만들어냈다. 장혁진의 센터링을 웨슬리가 머리로 받아 굴절시키며 대전의 골망을 흔든 것. 웨슬리의 시즌 첫 해트트릭이었다.
추격의 기회를 놓친 대전은 마지막 순간까지 맹렬하게 강원의 골문을 두들겼다. 실제로 대전은 경기 내내 점유율에서 강원을 크게 웃돌면서 일방적인 공세를 퍼부었다. 그러나 대전은 이날 세트피스 찬스에서 위협적인 공격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결정적인 순간마다 마무리에서 아쉬움을 보이며 경기를 어렵게 풀어나갔다.
특히 골문 주위를 철벽같이 지킨 강원 수비와 위기 때마다 슈퍼세이브를 선보인 김근배 골키퍼의 선방을 뚫지 못한 대전은 결국 만회골 없이 아쉬움 속에서 경기를 마무리했다.
■ 11일 전적
▲ 대전월드컵경기장
대전 시티즌 0 (0-1 0-2) 3 강원 FC
△ 득점 = 전 30 후 12 22 웨슬리(이상 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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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F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