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 엔트리에서 빠진 적이 없는데도 보름이나 쉬었다.
넥센 히어로즈의 '핵잠수함' 김병현(33)은 최근 등판이 지난달 26일 잠실 두산전이다. 이후 지난 5일, 6일 두 차례나 등판이 예고됐던 김병현은 계속된 비로 결국 16일 만인 12일 문학 SK전에 선발로 나가게 됐다. 지난 6월초 12일 휴식 후 가장 긴 등판 간격이다.
오랜만의 등판에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김병현의 실전 감각이다. 김병현은 최근 등판 두 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 이하)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그러나 경기 감각을 잃은 그가 다시 시즌 초반의 불안한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 우려사항이다.

보통 비로 인해 등판이 미뤄지면 선발투수들은 경기 감각 유지를 위해 중간투수로 나가 몇 개씩 던지곤 한다. 그러나 김병현은 불펜 등판에 대한 부담 때문에 한 번도 등판하지 않았다. 계속 던지던 선발들도 오랜만의 등판에는 고전하는 만큼 2년의 공백을 가진 그의 컨디션 유지에 물음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
또 하나의 문제는 올 시즌 그는 처음 만나는 팀에 고전했다는 것. 그가 최근 호투했던 두 경기는 모두 낯선 투수에 약한 두산전이었다. 그가 처음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던 한화전을 제외하면 한 번씩 만난 KIA, LG, 롯데전에서 모두 평균자책점 9점 이상을 기록했다. 그리고 SK는 올 시즌 처음이다.
결국 그가 믿어야 할 것은 스스로의 자신감이다. 그는 지난달 중순 "이제 던지는데 별 문제가 없다. 5일 로테이션을 지킬 수 있을 것 같다"며 몸상태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했다. 그는 최근 구속을 줄이는 대신 제구력을 높이면서 볼넷을 줄이고 타자들을 묶어놨다. 그가 이번 등판에서도 호투를 보여준다면 '곰 사냥꾼'을 떠나 한국무대 적응 완료를 신고할 수 있다.
김병현이 12일 SK 타선을 상대로 시즌 3승을 거둘 수 있을까. 6년 만의 8연패에 빠져 있는 SK의 오기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2연승 동안 보여줬던 제구력과 묵직한 볼끝의 감각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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