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 한 번 참 얄궂다. 대전과 강원이 중도 취임한 감독들에게 서로 첫 승을 안겨주며 '묘한 인연'을 이어나갔다.
지난 11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20라운드 경기에서 강원FC가 홈팀 대전 시티즌을 3-0으로 물리치고 승리를 거뒀다. 이날 패배로 대전은 5승3무12패(승점 18)로 15위로 내려앉았다.
두 팀의 이 묘한 인연은 지난 해 7월 2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승부조작 파문으로 인해 왕선재 감독이 사임한 이후 대전의 새 감독으로 취임한 유상철 감독은 7월 23일 데뷔전에서 첫 승을 따냈다. 바로 그 상대가 최순호 감독이 이끌던 강원이었다.

이후 유 감독의 대전은 데뷔전 승리의 좋은 기억을 선물한 강원을 상대로 무패를 달렸다. 대전은 이날 20라운드 경기 전까지 3전 전승으로 우위를 보였다.
하지만 대전은 이번에 반대로 덜미를 잡혔다. 김상호 감독의 사임으로 인해 사령탑 교체를 단행한 강원이 김학범 감독 데뷔전을 대전에서 치르게 된 것. 대전은 홈에서 강원에 패하며 김 감독에게 무려 1341일 만의 승리를 만들어줬다.
경기 전 유상철 감독도 "내가 처음 (대전에)왔을 때 상대가 강원이었는데 이제 저쪽도 새 감독님 첫 상대가 우리가 됐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역경에 처해있는 만큼 정신적으로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유 감독은 "선수들에게 강하게 이야기해 뒀다"며 분발을 촉구했지만 결국 김학범 감독의 데뷔전 승리를 챙겨주고 말았다.
과연 대전과 강원의 이 묘한 인연이 뒤바뀐 운명으로 가게 될 지도 관심거리다. 데뷔전 승리 이후 강원에 패하지 않았던 유 감독의 대전처럼 강원도 좋은 기억을 간직한 채 앞으로 대전에 승승장구할 수 있을까. 강등권 탈출을 두고 벌이는 두 팀의 싸움은 앞으로가 더욱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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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유상철-강원 김학범 감독 / 강원 F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