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퓨처스리그 등판이었으나 8일 선발로 나선 후 사흘만 쉬고 그대로 1군 마운드에 올랐다. 이전보다 많은 공을 던지기 힘든 순간이었으나 다행히 직구 제구가 좋아 재미를 보았다. 두산 베어스 5선발 김승회(31)의 투구는 기록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김승회는 지난 12일 잠실 한화전에 선발로 나서 5이닝 동안 94개의 공을 던지며 3피안타(사사구 4개, 탈삼진 3개) 2실점으로 시즌 4승(5패, 13일 현재)째에 성공했다. 3회 2점을 먼저 내주기는 했으나 타선이 제 때에 터지며 김승회는 5월 30일 KIA전 7이닝 무실점 승리 이후 43일 만에 승리를 거뒀다.
사실 이날 김승회는 많은 공을 던지기 힘들었다. 지난 6월 26일 목동 넥센전서 2⅓이닝 6피안타 7실점(6자책)으로 패전투수가 된 뒤 이튿날 2군에 내려가 조정에 들어갔던 김승회는 1군 등록을 앞두고 지난 8일 경찰청전서 선발로 3이닝 노히트(탈삼진 2개, 사사구 1개) 무실점 투구를 한 바 있다. 당시 김승회의 투구수는 49개였다.

경찰청전서 많은 공을 던지지는 않았으나 김승회가 쉰 날은 사흘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1선발 더스틴 니퍼트(31)의 로테이션 관리도 필요했던 만큼 김진욱 감독은 니퍼트를 하루 더 앞 당기기보다 김승회에게 복귀전 기회를 주었다.
투구 내용은 깔끔한 편이 아니었다. 김승회는 5이닝 동안 안타 3개만 내줬으나 사사구 4개를 허용했고 투구수 93개 중 스트라이크 54개, 볼 39개로 볼이 다소 많았다. 3회 2실점도 이대수, 고동진에게 내준 사사구 후 최진행, 김태균에게 내준 연속 안타가 낳은 결과다. 승부처가 될 수 있던 순간 제구가 좋지 않았다.
그러나 김승회는 결정구로 묵직한 직구를 꺼내들며 한화 타선에 더 이상의 득점은 허용하지 않았다. 최고 145km로 계측된 김승회의 직구는 53개 중 스트라이크 35개, 볼 17개로 2:1을 넘는 알맞은 비율을 보여줬다. 선천적으로 어깨가 강한 투수라 스피드보다 볼 끝이 무겁게 날아들어 맞춰도 크게 뻗지 않는 타구들이 이어졌다.
김승회가 로테이션에 복귀하며 두산은 시즌 전 구상한 원안에 걸맞는 선발 로테이션을 다시 구축했다. 2년차 외국인 투수 니퍼트가 기대에 걸맞는 활약을 하고 있으며 노경은, 이용찬의 성장세가 선발 로테이션을 풍족하게 했다. 김선우는 자신의 투구와 타선-계투진 지원이 엇갈려 2승에 그치고 있으나 최근 몸 상태는 좋은 편이며 로테이션은 꾸준히 지키고 있다. 여기에 시즌 초 분전하던 김승회도 다시 자기 감을 찾으며 임태훈과 노경은이 보직을 맞바꾼 것을 제외하면 두산의 원래 선발 로테이션 퍼즐이 다시 들어맞았다고 볼 수 있다.
경기 후 김승회는 “그동안 2군에서 쉬면서 몸을 잘 만들어서 그런지 컨디션은 좋았다. 그런데 1군 등록 당일 선발로 나왔던 탓인지 위기 상황이 있기는 했다”라며 경기 감각 회복 면에서 어려움이 있었음을 밝혔다. 그러나 김승회는 “그래도 위기 때마다 (이)종욱이나 (김)현수, (김)재호 등 야수들이 잘 맞은 타구를 잘 잡아주고 도와줘서 이긴 경기라고 생각한다”라는 말로 야수진에 공을 돌렸다.
2012년 두산은 점진적으로 팀 컬러를 바꿔가는 중이다. 야수진이 고루 제 기량을 펼칠 것이라는 예상을 전제로 김 감독은 “선발투수들이 모두 경기를 만들어가고 풀어갈 수 있는 팀”을 모토로 삼았다. 잠시 장롱 밑에 숨어있던 퍼즐처럼 2군에 다녀온 김승회는 그렇게 다시 선발진 조각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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