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소방수? 강우콜드, 언제까지 봐야 하나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7.13 09: 10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벌어진 광주구장. 경기 내내 간간이 흩뿌리던 빗줄기는 KIA가 5-1로 앞선 8회말 1사 후 김선빈 타석 때 갑자기 굵어졌다. 잠시 경기가 중단된 가운데 결국 오후 9시 31분 우천 콜드게임이 선언됐다. KIA는 갑자기 쏟아진 비 덕분에 불펜 소모를 줄일 수 있었다. 동시에 이날 승리로 KIA는 8번째 도전 끝에 34승33패4무, 승률 5할(.507)을 돌파했다.
이미 승부의 추가 KIA쪽으로 많이 쏠린 상황이었고 경기 후반부였기에 경기를 중단시키는 데 큰 마찰은 없었다. 그렇지만 700만 관중을 넘어 800만 관중 돌파를 바라보는 프로야구의 이면을 제대로 조명하고 말았다.
비가 쏟아지자 광주구장 관리 측은 방수포를 꺼냈지만 이를 제대로 펼칠 인원이 부족했다. 또한 올 시즌을 앞두고 잔디를 새로 깐 광주구장은 배수에 약점을 드러냈다. 전날까지 이틀연속 내린 많은 비로 그라운드가 물기를 머금은 상태에서  짧게 쏟아진 비에도 금세 물바다가 됐다. 

잠시 비가 소강상태를 보이자 그라운드를 정비하려 했으나 관련 인원이 부족한 상황.  결국 이날 구심이었던 이민호 심판위원은 강우 및 현지 그라운드 사정으로 올 시즌 첫 강우 콜드게임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 최근 10년, 늘어가는 강우 콜드
KIA와 롯데의 12일 경기는 프로야구 통산 70번 째 강우 콜드게임이었다. 주목할 점은 이날 경기를 포함, 38번의 강우 콜드가 최근 10년 사이에 몰려있다는 점. 1982년 프로야구 출범 후 2001년 까지 20년 동안 강우 콜드는 32차례 있었다. 중간에 1985년, 1986년, 1988년, 2000년은 단 한 차례도 강우 콜드가 없었다.
강우 콜드가 없었던 2002년 이후 강우 콜드가 몰려서 나오고 있다. 이는 한반도 기후가 바뀌고 있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자주 게릴라성 폭우가 쏟아지고, 장마철과 관계없이 시기를 가리지 않고 비가 내린다. 그라운드를 관리하는 측에서는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2009년과 2010년에는 각각 5차례, 2011년은 4차례 강우 콜드가 선언되는 등 계속 늘어가는 추세다.
그렇지만 기후가 변해가는 것만 탓할 수는 없다. 이에 발맞춰 구장 인프라 개선이 미비한 게 사실이다. 광주구장에서 시즌 첫 강우 콜드가 나온 이유 가운데 하나가 관리 인원 부족이었다. 방수포 역시 구색만 갖췄을 뿐 사실상 큰 도움은 안됐다. 결국 KIA와 롯데의 경기는 8회 쏟아져 내린 비가 세이브 투수 역할을 했다.
 
▲ 강우 콜드, 야구의 본질을 흐린다
야구라는 종목의 특성은 시간제한 없이 각 팀이 정해진 이닝을 소화 해야만 끝난다는 데 있다. 시간제한이 있는 다른 종목은 맞붙는 팀 간 기량차이가 난다면 공격 기회를 잡지도 못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축구는 일방적으로 밀리면 공을 소유하는 시간 차이가 크게 차이난다. 반면 야구는 양 팀에게 27개의 아웃카운트가 똑같이 주어진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야구에선 역전극과 같은 드라마가 나올 수 있고 변수가 많이 발생한다. 그렇지만 비나 그라운드 사정 등 외부요인이 개입돼 경기가 9회까지 치러지지 못 한다면 그 후에 일어날 수많은 가능성들을 모조리 놓치는 격이 된다.
물론 여러 가지 여건 상 경기를 속개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는 불가피하게 경기를 중단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우리 프로야구는 강우 콜드를 쉽게 선언하는 편이다. 미국 메이저리그 역시 우천 콜드게임 규정이 있지만 어떻게든 9이닝을 모두 소화하려고 노력한다. 비가 그칠 때까지 2~3시간 정도 기다리는 게 다반사다. 일기예보에 따라 도무지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될 때만 콜드게임이 선언된다.
 
▲ 기록의 스포츠 야구, 비가 바꿔놓은 기록들
강우 콜드로 인해 나온 완투승은 모두 21번, 완봉승은 14번이 있다. 이 가운데 5이닝만 채우고 완투나 완봉 요건을 채운 건 모두 10번이다. 1993년 5월 13일 롯데 박동희가 쌍방울을 상대로 거둔 노히트노런은 강우 콜드로 인해 6이닝짜리 기록이었다.
경기요건이 성립되는 기준인 5회 이전 비로 인해 경기가 취소된 노게임 선언은 통산 90차례(정규시즌 88번, 포스트시즌 2번) 있었다. 여기에서 나온 홈런의 개수만 37개다. 특히 2009년 6월 9일 목동 KIA-넥센전에선 무려 홈런이 5개가 나왔다. 이 가운데 4개는 KIA 에이스 로페즈가 허용했던 것. 이처럼 비로 인한 경기 중단이 지금보다 조금 더 적었다면 현재 프로야구 역사도 약간 달라졌을 것이다.
800만 관중을 바라보는 야구의 시대, 인프라 확충이 필수인 것은 여러 번 말해도 모자라지 않다. 바뀌어 가는 한반도 기후에 발맞춰 구장 인프라도 진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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