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위에 힘겹게 지고 있던 짐을 내려 놓았다.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최형우(29)가 26일 만에 대포를 가동하며 개인 통산 100홈런 고지를 밟았다. 최형우는 12일 대구 LG전서 7회 결승 3점포를 터트리며 6-5 승리를 이끌었다.
5번 좌익수로 선발 출장한 최형우는 3-3으로 맞선 7회 2사 1,2루 상황에서 LG 세 번째 투수 이상열의 2구째 체인지업(115km)을 잡아 당겨 오른쪽 펜스를 넘기는 115m 짜리 3점 아치로 연결시켰다.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할 만큼 큼지막한 타구였다. 최형우는 주먹을 불끈 쥐며 그라운드를 돌았다.
"후련하다". 최형우에게 100홈런 달성 소감을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극적인 상황에서 터진 한 방이기에 기쁨 두 배. "100번째 홈런이 만루 홈런이었으면 얼마나 좋겠냐"고 짜릿한 한 방을 기대했던 최형우는 "극적인 상황에서 홈런친게 정말 오랜만이다. 나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정말 좋았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지난해 홈런, 타점, 장타율 등 3개 부문 타이틀을 획득한 최형우는 올 시즌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렸다. '2군 강등'이라는 극약 처방에도 불구하고 이렇다할 회복 기미를 보이지 못했다. 그동안 최형우가 겪은 마음 고생은 말로 표현하지 힘들 정도였다. 타격감 회복을 위해 이것저것 안 해본게 없었다.

최형우는 10일 LG와의 주중 3연전을 앞두고 "이번 주에 (홈런이) 나올 것 같다"고 조심스레 한 마디 던진 뒤 이틀 만에 100홈런 고지를 밟았다.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듯 했다. 최형우는 "그동안 경기 뿐만 아니라 훈련할때 조차 내가 원하는 모습이 나오지 않아 많이 답답했다"면서 "최근 들어 타격 훈련 때 홈런 타구도 한 두 개씩 나오는 등 조금씩 내 스윙을 되찾아가는 느낌이 들었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도 "100홈런은 이미 지난 일이다. 100홈런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오늘의 기쁨은 잊고 내일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나설 것"이라며 "홈런이든 안타든 팀에 도움이 된다면 뭐든 하겠다"고 덧붙였다.
끝모를 부진 속에 마음 고생이 심했던 최형우는 "시즌 개막 이후 별짓 다 해봤다. 이젠 그냥 즐기고 있다. 동료 선수 뿐만 아니라 타 구단 선배들도 '내 마음 다 안다. 즐겨라'고 하더라"며 "어차피 시즌 절반을 소화했고 오죽 하면 타 구단 선배들까지 그러겠나 싶더라. 우리 팀도 잘 나가는 만큼 꽉 막혀 생각하기 보다 즐기기로 마음 먹었다"고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디펜딩 챔프' 삼성이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키기 위해 최형우의 타격감 회복은 필수 요건. 그의 방망이가 달아오를수록 삼성의 전력은 더욱 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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