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별 “차가워 보인다구요? 저 허당이에요”[인터뷰]
OSEN 김나연 기자
발행 2012.07.13 08: 58

매년 여름 공포영화가 극장가를 두드리지만 이 영화, 뭔가 색다르다. ‘여고괴담3-여우계단’(이하 여고괴담3), ‘요가학원’을 통해 ‘호러퀸’에 등극한 박한별이 범상치 않은 공포물 ‘두 개의 달’로 돌아왔다.
‘두 개의 달’은 공포영화라기보다는 반복되는 시간과 한정된 공간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앞세운 미스터리 심리스릴러에 가깝다. ‘두 개의 달’은 기존 공포영화들이 공포감을 조성하기 위해 내세웠던 다이나믹한 시각효과나 유혈이 낭자하는 잔인성, 음산한 음향효과를 최소화시키는 대신 세 남녀가 함께 사건의 실체를 쫓으면서도 서로가 서로를 의심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미스터리한 설정을 부각시켰다.
박한별은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이런 장르는 뭐라고 할까. 되게 특이하다’라고 생각했단다. 단순히 공포영화라고만은 단정 지을 수는 없는 등장인물간의 심리전이 영화 전반에 깔려있고, 열린 결말이 주는 여운은 여느 드라마 못지않았기 때문. 박한별은 장르로 따졌을 때 공포영화에 속해있다고 해서 관객 분들이 선입견을 가지고 영화를 보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영화가 열린 결말이라 생각하기 나름이에요. 내용에 관해서는 감독님과 저의 생각도 달랐죠. 감독님이 제 얘길 들으시더니 ‘너처럼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라고 하시더라구요. 영화를 만들고 이런 분분한 반응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정확히 반반의 의견이 나오고 있어서 좋아요. 혹시라도 ‘공포영화는 다 뻔해’ 혹은 ‘나 공포영화 잘 못 보는데’라고 생각하시는 관객 분들이 있으실까 걱정이에요. 우리 영환 정말 다르거든요.”
박한별이 ‘두 개의 달’ 출연을 결심한 건 호기심 때문이었다. 작품들마다 선택하는 이유가 다른데 ‘두 개의 달’은 순전히 독특한 작품 색깔에 이끌려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
“시나리오를 사전 정보 없이 받아서 읽어보는데 처음 보는 전개에 놀랐어요. 반 정도 읽었을 때는 ‘이 영화 뭐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분명 무서운 장면이 아닌데도 닭살이 돋아있더라구요. 결말을 먼저 보고 싶을 만큼 다음 장면이 궁금했고 너무 신선하고 독특했어요.”
 
그런데 벌써 세 번째다. ‘여고괴담3’, ‘요가학원’에 이어 세 번째로 공포영화 주인공을 맡은 박한별은 이제 어느 정도 공포라는 장르에 특화된 배우가 된 것 같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김동빈 감독은 공포영화 속 박한별의 눈빛 연기를 두고 “어떤 여배우도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고 극찬했을 정도.
하지만 박한별 본인은 정작 한 번도 자신의 이미지가 대중들에게 어떻게 굳어질 것인지에 관해 생각해본 적 없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부러 공포영화를 선택한 것도 아니고 세 번째라는 의미도 부여하지 않았다.
“제가 감정이 없어 보인다고 해야 되나? 차가운 느낌이 있나 봐요. 저한테 들어오는 시나리오들을 보면 대부분 그런 역할들이 많긴 해요. 로맨틱 코미디(로코)요? 해보고 싶죠. 제가 이때까지 해왔던 역할들은 제 실제 성격이랑은 많이 달라요. 로코 주인공들은 허당이고 실수투성이 캐릭터가 많잖아요. 그게 제 실제 성격이랑 비슷하거든요. 꼭 로코의 주인공이라기보다 제 성격이랑 비슷한 캐릭터를 한다면 재밌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하지만 공포영화라고 해서 다른 작품들이랑 다를 건 없어요. 스토리랑 기술적인 부분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연기하는 입장에서 캐릭터에 몰입해야 하는 건 똑같거든요.”
특히 이번 영화는 한 장소에서 일어나다보니 동작이나 감정의 연결성을 찾기가 너무 힘들어 콘티 공부를 많이 했다. 완성된 영화를 보면 동선이 보이지만 찍을 때는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가며 상상해서 연기해야 했기 때문. 또 긴 주문을 막힘없이 읊어야하는 신도 처음엔 너무 막막해 외우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리딩을 많이 하다 보니 굳이 외우려하지 않아도 입에 붙어 무리 없이 소화해냈다. 기술적으로는 주문 외우는 신이 제일 어려웠지만 감정적으로는 소희 정체가 들통 나기 전이 가장 어려웠다.
“소희의 정체가 밝혀진 이후에는 명확하게 나와 있는 감정선이 있었어요. 무서워하거나 안타까워하면 됐죠. 근데 정체가 드러나기 전에는 단 한 장면도 감정이 명확하게 설명되는 신이 없어서 어려웠어요. 소희를 어디까지 드러내고 어디까지 감출 것인가에 대해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죠. 너무 솔직해도, 연기해도 안 되는 느낌이었달까.”
“저는 솔직히 영화가 객관적으로 안 보이더라구요. 영화의 전체적인 모양새보다는 나만 알 수 있는 제 모습이라든지 아쉬운 점 같은 것들이 많이 보였어요. 감독님이나 관객 분들이 영화를 보면서 저랑 똑같이 느끼셨다면 연기를 못 한다는 얘기가 나올 법도 한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게 신기해요.”
 
‘얼짱’ 출신으로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연기력 논란만은 없던 박한별이었다. 그가 연기를 시작한지도 햇수로 어느덧 12년이 됐다. 박한별은 데뷔한지 4,5년 정도 정도 밖에 안 지난 것 같은데 세월이 참 빠른 것 같다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10대 박한별은 배우를 꿈꿨으며 20대의 박한별은 배우라는 직업과 함께 성장했다. 옛날에는 순간만 봤다면 이제는 멀리 보고 넓게 생각하게 됐다.
“예전에는 제 이미지가 어떻게 보일까만 생각하고 작품을 골랐다면 이제는 제 이미지 보다는 전체적인 걸 봐요. 이 작품을 하면서 내 삶이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됐어요. 사람을 만나서 뭘 할 때도 예전에는 꾸며서 말하는 부분이 있었다면 지금은 완전 오픈하고 편하게 이야기해요. 예전에는 실제의 나와 대중에게 보여주는 나는 별개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런 구분이 없어졌어요.”
‘두 개의 달’을 통해 스스로 어떻게 기억되고 싶다는 욕심도 없다. 대신 작품이 관객들에게 이렇게 기억됐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은 있다.
“관객들이 제가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한국공포영화하면 사실 좀 뻔한 게 있는데 ‘두 개의 달’로 인해 인식이 달라졌으면 좋겠고, 우리 영화가 새로운 장르를 개척할 수 있다면 더더욱 좋을 것 같아요. 공포영화의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그런 작품이 되면 좋겠어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다크나이트 라이즈’ 등 블록버스터들과 의 경쟁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영화 선택은 관객 개인의 취향이고 또 개개인의 성향이 워낙 다르니, 소위 ‘큰 영화’들이랑 붙는다고 해서 부담감은 없다고.
“저는 개인적으로 블록버스터 영화를 별로 안 좋아해요. 만약 제가 관객의 입장으로 극장에 가서 영화를 고른다면 ‘스파이더맨’, ‘배트맨’이 있어도 ‘두 개의 달’을 볼 것 같아요. 오히려 큰 영화들이랑 같이 붙는 게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봐요. 블록버스터를 보러 왔는데 시간이 안 맞거나 객석이 꽉 차서 우리영화를 보실 수도 있는 거고, 보시고 또 좋은 소문을 내주실 수도 있는 거고. 영화를 보신 뒤에 ‘이 영화 진짜 별로야’라고 하는 분들은 없을 것 같아요.”
“흥행이요? 세 자리 수만 됐으면 좋겠어요. 진주가 영화 흥행하면 비키니 화보를 찍겠다는 얘기를 하고 나서 저도 그래야 하나 생각했는데 이미 속옷 화보를 두 번 찍어서....(웃음) 비키니보다 속옷이 세잖아요.(웃음) 그래서 생각한 게 100만 관객을 돌파하면 트위터로 팬들이 정해주는 공약 하나를 골라서 실행하려고 해요. 근데 처음엔 100만이었는데 시사회 반응이 너무 좋아서 좀 더 올려야 되나 생각 중이에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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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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