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둑들'(최동훈 감독)은 캐스팅된 톱배우들과 독특한 이름을 가진 캐릭터와의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정확히말하면 영화는 관객들이 배우에게서 보고 싶은 것을 정확히 보여준다. 그 배우에게 기대하는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보여준다는 것은 영화의 큰 강점이다.
대표 배우는 줄타기 전문 도둑 '예니콜' 역의 전지현이다. 한 때 영화 속 민낯으로 카메라에 서며 변신을 꾀했던 전지현은 이번 영화에서 대중이 전지현에 갖고 있는 환상, 그 판타지를 극대화해 보여준다. '엽기적인 그녀'의 청순하면서도 엉뚱발발랄 이미지와 CF 속 늘씬한 8등신 몸매는 전지현이 대중을 사로잡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또 한국영화계를 이끌어가는 김윤석에 보고 싶어하는 묵직한 무게감과 독보적인 카리스마, 이정재에게 기대하는 야성적이고 비열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순수한 남자의 모습과 예쁜 웃음, 김혜수에게 바라는 농염하면서도 치명적인 섹시함과 함께 크고 선한 눈에서 나오는 따뜻한 느낌 등이 그렇다. 이들은 각각 '마카오박', '뽀빠이', '팹시'로 불리지만 대중이 사랑하고 알고있는 김윤석, 이정재, 김혜수의 모습이 영리하게 담겼다. '씹던껌' 김해숙를 보면서는 한국 중견 여배우가 못할 역은 없다라는 것을 보는 듯해 왠지 모를 쾌감도 안긴다.

이에 영화 관계자는 "최동훈 감독이 캐릭터를 만들 때 원래 그 배우가 갖고 있는 모습을 최대한 살리는 데 집중했다. 배우가 갖고 있는 기존의 이미지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생뚱함을 안겨주는 것이 아니라, 그 배우에 대해 알고있는 원래의 모습을 더욱 살려 대중에게 보다 친숙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캐릭터의 매력을 전달하려고 했다"라고 전했다. "원래 영화 속 캐릭터는 한 사람의 일생에서 어떤 시간 속 작은 부분만을 보여주는 건데 '도둑들' 같은 영화에서는 전혀 다른 인물이 아닌, 실제 그 배우의 모습에서 시작하는 게 가장 자연스럽고도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도둑들'은 마카오 카지노에 숨겨진 희대의 다이아몬드 태양의 눈물을 훔치기 위해 한팀이 된 한국과 중국의 프로 도둑 10인이 펼치는 범죄 액션 드라마. 영화 '타짜', '전우치' 등을 연출한 최동훈 감독의 네 번째 작품으로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 전지현, 김해숙, 오달수, 김수현 그리고 임달화, 이신제, 증국상까지 한·중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함께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제작 단계부터 높은 기대와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오는 25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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