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는 김성근 감독 체제 아래 있을 때 리그를 주도하던 ‘강팀’이었다.
팀 창단 8년 만인 2007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한 뒤부터 SK는 줄곧 상대하기 까다로운 ‘강팀’이었다. 한번 오른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을 잃어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SK는 다른 팀들에 공공의 적이 될 정도로 ‘강팀’의 이미지를 굳혀갔다. 상대팀들은 SK와 경기가 있을 때면 다른 팀과의 경기 때와는 다르게 신경이 더 쓰이곤 했다.
작년 8월 김성근 감독이 경질되고 현재 이만수 감독이 SK를 새롭게 이끌고 있다. 현재 SK는 6위에 머물러 있다. 8연패에 빠졌다가 7월 12일에야 연패의 수렁에서 벗어났다.

지도자가 바뀌고 팀의 성적이 달라졌다는 이유 등으로 많은 비난의 화살이 단순하게 현재 감독을 향해 꽂히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김성근 감독이 물러난 뒤 SK에게 씌워져 있었던 ‘강팀’, ‘상대하기 껄끄러운 팀’ 같은 이미지가 차츰 걷혀간 것은 사실이다. 심리적으로 다른 팀 선수들에게 줄 수 있던 압박감이 사라졌다는 말이다. 대신 새로운 감독이 더 강한 팀을 만들어 주길 기대하였지만 아직 상대를 압도하는 에너지를 뿜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우리의 기억은 정확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서 만일 강팀이었을 때의 ‘감’을 한번 잃어버렸다면 되찾기란 정말 어렵다. ‘감’에 대한 기억이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록을 뒤져보고 자료화면을 재생해 본다고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정상에 있을 때 항상 위기의식을 느끼며 ‘감’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감’을 잃어버렸다면 되찾으려고 하기 보다는 새로운 ‘감’을 만드는데 집중하는 것이 더 낫다.
보통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과 같이, 외형을 바꿔보는 쉬운 선택을 하지만 그것은 변화를 위해 무엇인가 노력을 했다는 면죄부를 쉽게 내어주어, 정작 가져와야 할 변화에 에너지를 덜 들이게 만들기도 한다. 강조해 말하자면 새로운 이미지는 혁명과 같은 수준의 에너지를 들여야 얻을 수 있다.
상대는 전처럼 SK를 두려워하지 않고 있고, SK는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느라 애를 쓰는 중이다. 딱 맞는 옷 같은 이미지는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이미지가 안착하는데 시행착오도 있을 수 있고, 조화롭게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항상 혼란과 갈등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현재 시행착오를 겪으며 좋은 결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SK의 모습은 진짜 SK의 모습이 아니다.
우리는 보통 갈등과 시련을 겪으며 그것을 이겨냈을 때 더 강해진다. 2216일 만에 8연패를 경험했던 것이라고 하니, SK는 그 동안 제대로 시련이라는 것을 마주한 적이 없었던 듯하다. 진정한 ‘강팀’은 시련을 극복해냈을 때 만들어진다. 이제 정말 ‘강팀’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일 수도 있다. 지금 노력 중에 있는 새로운 SK의 모습이 자리를 잡는 순간, SK는 어떠한 변화에도 적응할 수 있는 진짜 강한 팀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니 현재의 모습에 좌절할 필요가 없다. 그보다는 지금하고 있는 노력의 방향이 팀을 더 강하게 만드는데 효과적인 방향인지를 점검하며 시련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잘 기억하고 체득하는데 집중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김나라 고려대 학생상담센터 상담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