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합니다."
3년 가까운 공백을 메워서일까. SK 투수 윤길현(29)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12일 문학 넥센전에 앞서 만난 윤길현은 전날(11일) 등판 소감에 대해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마운드에 서는 것 자체가 기분이 좋았고 떨렸다"고 웃어보였다.

윤길현은 전날(11일) 문학 넥센전에 등판, 복귀전을 치렀다. 10일 2009년 이후 거의 3년만에 1군 엔트리에 등록한 윤길현은 2-5로 뒤진 7회 1사 만루 상황에 등판했다. "마운드 위에서 '이런 상황에서 던지고 있다'는 존재감이 그리웠다"던 윤길현이었다.
그러나 두 명의 타자를 상대로 스트라이크 없이 볼만 5개를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서야 했다. 첫 타자 유한준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실점한 후 허도환에게 초구에 볼을 던진 뒤 전유수와 교체됐다.
당초 이만수 감독이 "크게 이기거나 크게 지는 부담없는 상황에 등판시켜 30개 미만으로 던지게 할 것"이라던 것과는 다른 등판 시기였다. 실제 2군에서도 밸런스는 좀더 보완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윤길현이었다.
윤길현은 "1군에 올라왔으니 언제든 던진다는 각오는 하고 있었다. 1사 만루 상황이라는 점을 알고 마운드에 올랐지만 제구가 마음 먹은 대로 되지 않았다"면서 "내 경험을 믿고 내보내주셨는데 확실히 공백이 느껴졌다. 죄송스럽다"고 아쉬워했다.
지난 2002년 입단한 윤길현은 2009년까지 통산 28승 19패 44홀드 8세이브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2007시즌과 2008시즌 연속 한국시리즈 2연패에 주축 불펜 투수로 힘을 보탰다. 하지만 3년 가까운 공백은 아직 윤길현에게 인내를 요구하고 있다.
윤길현은 "위기에서 마운드에 올라 볼만 5개 던지고 아웃카운트는 1개도 잡지 못했다. 아쉽다"고 했지만 이내 곧 "하지만 마운드에 오른 것 자체가 행복하다. 착실히 몸을 만들어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환하게 웃으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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