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행하는 말 가운데 '멘붕'이라는 게 있다. 멘붕은 멘탈 붕괴의 준말로 정신에 큰 타격을 입었다는 뜻. 당혹스러운 일을 당하거나 큰일에 갑작스럽게 마주하면 '멘붕'이라는 말을 쓰곤 한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13일 사직 한화전을 앞두고 강민호를 바라보곤 "어이, 멘붕"이라고 속풀이를 했다. 이유는 이렇다. 전날 광주 KIA전에서 강민호는 1회부터 결정적인 실책을 저질렀다. 1-0으로 앞선 1회말 무사 2루에서 김선빈의 번트 타구를 처리하다 악송구를 저질러 공이 우익수 손아섭 앞까지 굴러갔다. 이날 경기 전까지 강민호의 시즌 실책은 단 한 개로 주전포수 가운데 가장 훌륭했지만 그만 경기를 원점으로 돌리는 결정적인 실책을 범하고 말았다.
강민호의 수난은 계속됐다.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 상황에서 공을 블로킹하지 못해 출루를 허용하고 말았다. 또한 1-2로 뒤진 5회엔 선두타자로 나서 안타로 출루한 뒤 희생번트로 2루까지 갔다. 동점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에서 박준서의 타구는 유격수 정면으로 향했고, 무리해서 3루로 가던 강민호는 협살에 걸려 죽었다. 동시에 2루로 뛰던 박준서까지 주루사를 당해 롯데의 추격 불씨는 꺼졌다.

결국 강민호는 7회 수비에서 용덕한과 교체됐고 팀은 KIA 선발 헨리 소사의 역투에 가로막혀 1-5로 무기력하게 패했다. 삼성과 선두 다툼을 벌이던 롯데는 뼈아픈 패배로 삼성에 2경기 뒤진 2위에 머물렀다.
전날 경기가 끝난 뒤 강민호는 양 감독에게 사죄의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양 감독은 "민호가 자기 혼날 거 알고 먼저 선수 쳤더라"면서 "'감독님 죄송합니다. 오늘 경기를 계기로 정신 바짝 차리고 경기 하겠습니다'라고 보냈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한 발 앞서서 자진 신고하는 강민호의 문자에 양 감독도 할 말을 잊은 것. 그래서 양 감독은 '어이 멘붕'이라고 짧게 문자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양 감독은 강민호를 질책하는 대신 눈이 마주칠 때마다 '멘붕, 멘붕'이라고 부르는 걸로 대신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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