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감독님 덕분이죠", "아이고 무슨, 류 감독이 잘 이끄는 것이지".
13일 대구구장. 삼성과 KIA의 시즌 12차전이 장맛비로 우천 연기됐다. 최근 10경기에서 나란히 8승2패를 거두며넛 선두권과 중위권으로 치고 올라간 두 팀으로서는 내심 아쉬운 우천 연기였다. 이번주에만 삼성은 2번째, KIA는 3번째 우천 연기. 선발 자원이 많은 삼성이나 에이스 윤석민 카드를 꺼낸 KIA나 아쉽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양 팀 덕아웃은 훈훈함 그 자체였다. 지난달 22일 1대1 트레이드의 당사자였던 KIA 내야수 조영훈과 삼성 투수 김희걸이 각자의 친정팀 훈련시간을 찾아 옛 동료들과 오랜만에 해후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조영훈은 류 감독을 찾아 꾸벅 인사했고, 류 감독은 "영훈아 너무 잘하지 마라. 네가 잘 하니까 내가 욕을 먹는다"면서도 "열심히 해라. 잘하면 나중에 다시 데려올게"라며 농담과 덕담으로 옛 제자에 따뜻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자 KIA 선동렬 감독이 있는 1루 원정 덕아웃에도 삼성 선수들이 대거 몰려왔다. 투수조 맏형 정현욱을 필두로 권오준·오승환·안지만·차우찬이 한꺼번에 찾아와 삼성에서 7년을 함께 한 선 감독에게 인사했다. 선 감독은 "보기만 해도 배부르다"며 옛 제자들의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우천 연기가 결정된 후 류중일 감독이 다시 선동렬 감독을 찾았다. 선 감독은 "역시 여름이 되니까 잘 한다"며 류 감독에게 덕담을 건넸고, 류 감독은 "이게 다 선 감독님이 팀을 잘 만들어 놓으신 덕분"이라고 오히려 고마워했다. 그러자 선 감독은 "아이고 무슨 그런 말을. 전부 다 류 감독이 잘 이끄는 것"이라며 손사래쳤다.
장대비가 쏟아지며 한여름 더위를 식힌 대구구장. 하지만 양 팀 사령탑과 선수들의 풍경은 훈훈함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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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