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호, 박정배 호투 이끈 ‘명품 리드’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7.13 20: 58

“이적해 올 때 (정)상호가 많이 도와줬어요. 집 구할 때도 ‘나만 믿어’라면서 부동산도 소개시켜주고. 덕분에 좋은 데로 이사했습니다”.
동기생들이 많아 마음이 편하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이적생은 안방마님에 대한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데뷔 첫 선발승을 함께 했다. SK 와이번스 우완 박정배(30)의 데뷔 첫 선발승에는 동갑내기 포수 정상호(30)의 편안하고도 허를 찌르는 리드가 함께 했다.
박정배는 13일 문학구장서 친정팀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7이닝 동안 3피안타(탈삼진 2개, 사사구 1개)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시즌 2승(2패)째에 2005년 데뷔 이후 첫 선발승을 거뒀다. 한 시즌 2승 째를 거둔 것도 올 시즌이 처음이다.

여기에는 정상호가 믿음직하게 안방을 지킨 것도 한 몫 했다. 정상호는 박정배에게 바깥쪽 코스나 떨어지는 포크볼을 유도한 뒤 결정구 직구를 타자 몸쪽으로 과감하게 붙이는 전략을 택했다. 두산 타자들의 시선과 타이밍을 빼앗으며 박정배가 가진 무기를 제대로 발휘하게 했다.
정상호의 리드가 빛났던 순간은 바로 3회초 이종욱을 스탠딩 삼진으로 잡아낸 순간이다. 정상호는 4구 째까지 바깥쪽으로 걸치거나 아래로 흘러가는 유인구를 유도한 뒤 5구 째를 이종욱 몸쪽에 붙이는 직구로 유도해 이종욱을 서서 삼진 당하게 했다. 박정배의 제구력도 돋보였으나 정상호의 명품 리드가 빛난 순간이다.
7회 박정배가 연속 볼로 흔들릴 때도 정상호는 5구 째를 몸쪽 높은 코스로 유도해 김동주를 1루수 플라이 처리했다. 이 뜬공은 좌익수 김재현의 호수비와 함께 이닝 초반 7개 연속 볼을 던지며 흔들렸던 박정배를 다잡아줬다.
지난해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 훈련까지 갔다가 두산으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은 뒤 테스트를 통해 SK 유니폼을 입은 박정배. 박정배는 “동기생들이 많은 데다 다들 잘해줘서 너무 고맙다”라면서 “특히 상호는 집을 어디에 얻어야 할 지 고민하고 있을 때 ‘나만 믿어’라더니 아는 분들을 통해 집을 알아보는 데 큰 도움을 줬다. 너무 고마웠다”라는 말로 감격했던 바 있다.
‘명품 리드’는 사실 생각보다 엄청난 것이 아니다. 투수가 이기고 싶어하는 마음을 백분 이해하고 가장 편하게 던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며 떨어지는 바운드볼에도 몸을 던져 블로킹하는 마음이 바로 명품 리드다. 박정배를 편하게 해준 13일 정상호의 투수 리드는 분명 ‘최고의 내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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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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