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투 많았는데 수비 도움이 컸다."
SK 박정배(30)가 감격적인 승리를 거뒀다. 프로 데뷔 후 통산 5번째 선발 기회만에 거둔 첫 선발승이다. 그리고 자신을 버린 친정팀에게는 비수를 꽂았다.
박정배는 13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두산과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 7이닝 동안 3피안타 1볼넷 2탈삼진으로 무실점했다. 시즌 2승(2패)째. 올해 3번째 선발 등판 만에 거둔 첫 선발승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박정배에게 있어 이날 승리는 지난 2005년 두산 데뷔 후 개인통산 첫 선발승이기도 했다. 전날까지 통산 3승을 올렸지만 선발 투수로서 거둔 승리는 없었기 때문이다.

총투구수는 89개였고 직구는 최고 148km를 찍었다. 최고 148km, 평균 142km 직구를 바탕으로 슬라이더, 커브, 포크볼을 고루 섞으면서 두산 타자들을 돌려세웠다. 개인 최다 이닝, 최다 투구수다. 특히 지난 시즌까지 몸 담았다가 방출 통보를 받았던 친정팀 두산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투구수가 6회까지 73개에 그쳤다. 볼넷은 없었고 탈삼진이 2개였다. 그만큼 공격적이면서 맞춰 잡는 피칭에 주력했다. 가장 큰 위기는 3회와 7회였다. 3회는 연속 안타를 맞아 1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정수빈을 더블 아웃으로 잡아냈다. 선두타자 오재일을 볼넷으로 내보낸 7회에는 폭투까지 범해 위기감이 고조됐다. 그러나 김동주, 양의지, 이원석을 차례로 범타 처리했다.
지난 2005년 2차 6라운드 전체 41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 박정배다. 그러나 통산 3승에 그쳤다. 신인 첫 해 1승(1패)을 거둔 박정배는 2010년 역시 1승(1패)을 올렸다. 그리고는 지난 시즌 후 두산에서 방출돼 SK 새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올해 다시 1승(2패)을 거두고 있었다.
매년 부상에 신음했다. 수술도 여러 차례. 스프링캠프에서 넘치는 의욕이 화근이었다. 결국 기대를 모으다가도 기회를 스스로 날린 것이 부지기수였다.
커브와 몸쪽 승부가 통했다. 박정배는 "3회 포크볼이 먹지 않았다. 포수 (정)상호가 요구한 대로 커브를 던져서 위기를 벗어났고 몸쪽이 잘 들어갔다"고 피칭을 떠올렸다. "힘은 떨어졌지만 밸런스가 괜찮아서 더 던질줄 알았다"는 그는 "다음을 위해 힘을 비축한다고 생각한다"고 웃었다.
박정배는 경기 후 "두산을 의식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면서 "선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용병이랑 붙었다. 부담을 가지면 끝도 없다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이어 "치라고 던졌는데 쳐서 많이 아웃됐다. 실투도 많았는데 수비의 도움이 많았다"고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특히 입단 8년만에 데뷔 첫 선발승을 거둔 데 대해 "정신이 없다. 울음이 나올 줄 알았는데 안나온다. 집에 가서 울까"라며 여유를 보인 박정배다. 이어 "일단 이겼으니 좋다"면서 "어제 연패를 끊고 연승을 달리는데 한 몫을 해서 기쁘다. 절 받아준 팀을 위해 더 열심히 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작년과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 박정배는 "심적인 변화"를 꼽았다. "안맞을려고 도망가는 피칭을 했다"는 그는 "그런데 여기 와서는 부담 없이 치라고 던졌다. 그러다보니 자신감도 생기고 심적으로도 편해졌다. 여러 분들의 도움이 많았다"고 고마워했다.
또 박정배는 "가족들이 TV를 보고 있었을 것이다. 가장 먼저 딸 가율이가 생각났다. 기복이 심한 편인데도 감독님과 투수코치님이 믿어주셨고 같이 두산에서 오신 김태형 배터리 코치님도 격려해주셨다"고 말했다. "(이)재영이형랑 (정)우람이가 나갔으니 편안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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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박준형 기자 /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