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성적대로 수여하는 건 골든글러브 투표가 있지 않나. 올스타전은 어디까지나 팬들의 인기투표다".
13일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를 앞둔 사직구장. 롯데 양승호(52) 감독은 작심한 듯 올스타전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올스타전은 10구단 창단문제를 놓고 KBO와 선수협 사이에서 보이콧 여부로 마찰을 빚었으나 예정대로 오는 21일 대전구장에서 펼쳐지게 됐다. 이번 올스타 투표에선 이스턴 리그 팬 투표 올스타에 롯데 선수 10명 전원이 선발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일부에선 올스타전 개최의 취지를 흐리는 일이라며 비난의 날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양 감독은 "올스타전을 두고 왜 선수들이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냐"면서 "이번에 롯데에서 최다배출 기록을 세우면서 말이 많은 걸 알고 있다. 올스타전은 어디까지나 축제인데 과도한 비난에 몇몇 애꿎은 선수들만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9일 KBO는 올스타전 팬 투표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롯데는 이 투표에서 이스턴 리그 전 포지션을 모두 휩쓸었다. 일부 선수들은 투표 종료 일주일 전까지 큰 표 차로 뒤지고 있었으나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결국 프로야구 31년 역사상 초유의 '올스타전 한 구단 독식' 기록이 세워졌다.
여기에 롯데 팬들과 그 나머지 구단 팬들 간의 의견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이번 투표 결과를 옹호하는 쪽에선 "정해진 규칙 안에서 투표를 열심히 한 것이 죄인가. 정말 자 팀 올스타를 보고 싶었다면 투표를 더 열심히 했으면 될 것 아닌가"라고 주장한다. 여기에 반대 측은 "그래도 한 구단 독식은 심했다. 아무리 팬 투표지만 도가 지나쳤다"고 반박한다.
선수들 역시 이러한 팬들의 여론을 모두 알고 있었다. 올스타전 정상 개최가 확정된 13일 롯데 더그아웃에선 먼저 올스타전을 주제로 말을 꺼내는 선수를 찾아볼 수 없었다. 생애 첫 올스타전 출전의 영광을 안은 선수도 기쁨을 표하는 것 보다는 말을 아끼는 쪽을 택했다.
롯데의 한 고참 선수는 "이번 올스타전 투표를 보며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나가야 하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또한 다른 한 선수는 "올스타전 세리머니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솔직히 (올스타전 때문에) 욕을 많이 먹고 있기 때문에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고 답답함을 말했다.
이번에 생애 첫 올스타전 출전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린 한 선수는 "제도적으로 문제가 있는 걸 알고 있다. 다른 팀 팬들이 불만을 표하는 건 당연히 이해한다"면서도 "그래도 마치 우리가 죄를 지은 것처럼 분위기가 흘러가는 건 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올스타전 투표 결과를 두고 롯데 선수들이 스트레스를 받아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열정적인 팬들이 많다는 이유로 선수들이 피해를 입어선 안 된다. 또한 롯데 팬도 손가락질을 받을 필요가 없다. 한 지방 구단 관계자는 "인터넷 투표가 없던 20년 전 올스타전 투표 때도 기둥을 세우는 건(한 팀에 몰아서 표를 주는 것) 똑같았다. 롯데 팬들이 롯데 선수를 뽑는 건 문제가 안 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결국 KBO에서 제도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필요하다. 올스타전 투표의 형평성 문제는 이미 수 년 전부터 지적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O는 포털 사이트와 손잡고 클릭 수를 늘리는 것과 매년 누적투표수 기록 경신에 과도한 의미를 두고 제도개선의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이미 KBO도 문제를 파악하고 있는 만큼 내년 올스타전 투표 때는 변화의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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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민경훈 기자,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