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풍이 유난히 돋보이는 2012년 영화계 현상은 상반기를 넘어 하반기에도 계속될 태세다. 벌써 연말 영화제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누가 받게 될지 궁금하다란 반응이 나올 정도다.
'댄싱퀸'의 엄정화는 400만 흥행퀸으로 이미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여자연기상(영화부문)을 수상했다. 멜로, 코미디, 스릴러 등 어떤 장르에서도 카멜레온처럼 변신하는 엄정화는 '댄싱퀸'에서 찰떡궁합 황정민과 호흡을 맞춰 친근하면서도 화려한, 엔터테이너 엄정화의 장점을 선보였다.

240만여명을 동원한 '화차'의 김민희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패션니스타의 이미지는 완벽하게 지우기 충분했고, 김민희의 얼굴이 이토록 아름다웠는지 처음 알게됐다는 반응을 보인 관객들 역시 상당했다. 치명적인 비밀을 지닌 선영 역을 맡아 천사와 악마를 오가며 알 수 없는 표정과 몽환적인 매력, 그리고 섬세한 열연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칸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돈의 맛'의 윤여정은 김민희와 함께 상반기 가장 인상적인 팜므파탈이다. '도둑들'의 김혜숙과 함께 스크린 속 중견여배우의 힘을 과시한 경우다. 재벌집 안주인으로 젊은 남자의 육체를 탐하는 모습 등이 파격적이었다. 특히 윤여정은 KBS 2TV '넝굴째 굴러온 당신'에서의 따뜻하면서도 소심한 시어머니의 모습과는 180도 다른 캐릭터를 선보여 주목받았다.
'코리아'의 배두나는 놓치기 아까운 여배우다. 북한선수 리분희 역을 맡아 중성적인 매력을 뽐내며 여심도 사로잡은 배두나는 특유의 쉼표 다른 화법과 힘들어가지 않은 대사전달로 자연스러우면서도 매력적인 북한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배두나의 열연이 영화의 가장 큰 관전포인트라는 반응이 많았다.
450만여명을 동원하며 로맨틱코미디의 새 역사를 쓴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임수정도 빼놓을 수 없다. 임수정의 캐릭터만으로도 호기심 가득한 영화였다. 임수정은 동안미녀에서 독설미녀로 완벽한 변신을 꾀했고 그러면서도 아름다운 목소리와 정확한 대사 전달력을 발휘했다. 영화 속 비중과 캐릭터의 매력도로만 따진다면 1순위감이고도 할 수 있다.
아직 개봉 전이지만 '도둑들'의 전지현도 강력한 후보가 될 수 있을 듯 하다. 물론 '도둑들'은 집단 주인공의 케이퍼 무비라 배우들의 특별한 '열연'이 돋보인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전지현은 '엽기적인 그녀'이후 최고의 캐릭터를 입고 물 만난 고기처럼 와이어를 타며 스크린 속을 휘젓고 다닌다. 적어도 전지현에 대한 또 다른 평가가 기다리고 있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
ny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