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주말 특별기획 '신사의 품격'이 장동건-김하늘 커플의 섹시하고도 애간장 녹이는 멜로로 여심을 훔치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이유로 남성 시청자들의 지지까지 얻어내며 인기 가도를 달리고 있다.
'신사의 품격'은 '로코 귀재' 김은숙 작가의 쫀쫀한 대본 탓에 워낙 많은 여성팬들의 호응을 얻던 참이다. 김 작가는 다수의 고정 팬을 확보했을 만큼 흥행 파워가 보장되는 스타 작가. 특히 여성을 신데렐라로 만들고 '백마 탄 왕자'와의 로맨스를 그려내며 대리 만족을 안기는 데 탁월한 재주를 지녔다. 때문에 여주인공에 빙의하고 멋진 남주인공과 러브라인을 꿈꾸는 여성 시청자들의 오감을 만족시켜 왔다. '파리의 연인'이나 '시크릿 가든' 등 전작들이 빅히트를 쳤던 이유는 바로 이러한 여성들의 전폭적 지지 때문이기도.
그런데 이번 '신사의 품격' 흥행 과정에는 묘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대한민국 상위 1%의 삶을 살고 있는 극중 4인방 김도진(장동건 분) 임태산(김수로 분) 이정록(이종혁 분) 최윤(김민종 분)을 향해 질투 아닌 공감과 응원을 쏟는 남성 시청자들의 목소리가 뜨거운 것. 외제차를 몰고 전망 좋은 주상복합 아파트에 살며 매일 밤 청담동 바(Bar)에 모여 수십 만원 짜리 양주를 아무렇지 않게 마시고 위기 상황(?)에는 100만원 상당의 휴대폰도 부숴버리는 이 럭셔리한 '꽃중년' 4인방의 소소한 에피소드에 공감을 느끼고 쾌감을 맛보는 남성 시청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나 남성들의 지지를 받는 부분은 '프롤로그'다. 매회 초반 삽입된 3분여 분량으로 X 세대의 추억, 즉 남녀 단체 소개팅이나 입대 날의 모습, 또 애인과 헤어졌을 때 술로 지새우던 밤 등 현재를 살고 있는 3, 40대 남성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경험했을 만한 에피소들들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그 밖에도 금연 도전기, 캠핑장에서의 농구 대결, PC 게임이나 당구 내기, 그리고 사회인 야구단 활동 등 역시 마찬가지다. 많은 남성들의 추억이거나 지금도 일상 속 피끓는 지점이기 때문에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무릎을 탁 치며 웃음을 터뜨린다.
또 나이를 먹었지만 여전히 소년 같다거나, 사랑 앞에서 자격 혹은 자신을 논하거나 40대 초반의 대한민국 남자들이 경험할 만한 또 다른 성장통, 감정의 혼돈까지도 때론 직설적으로 때론 간접적으로 표현하며 눈길을 모은다.
물론 극중 4인방의 2012년 현재는 호화판이다. 많은 남성 시청자들이 그들의 추억에 공감하고 감정에 빙의하지만 현실의 삶은 동떨어진다. 강남 부동산 재벌가 와이프를 가진 유부남, 건축사무소를 운영하거나 유명한 변호사로 사는 40대의 싱글남은 주위에서 찾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자칫 '재수 없을'만한 이 4인방에게 '시크릿가든' 재벌 2세 현빈이나 '파리의 연인' 재벌 2세 박신양 때보다 더 큰 남성들의 관심이 쏟리는 건 그래서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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