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27, 아스날)이 축구 역사상 첫 올림픽 메달의 주역이 될 수 있을까?.
2012 런던 올림픽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그만큼 올림픽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고, 각 종목 대표팀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자신들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메달까지 쉽지 않은 길인 것을 알고 있지만 모든 종목의 대표팀 선수들은 후회 없는 경기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도 마찬가지다. 축구 대표팀은 다른 종목들보다 빠르게 15일 영국 런던으로 출국, 현지에서 적응 훈련을 갖는다. 대표팀은 영국 특유의 미끄러운 잔디에 빨리 적응해 본 경기서 실수를 최소화하고, 시차 등으로 인한 컨디션 저하에서 빨리 벗어나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자 한다.

하지만 모든 것이 최상이라고 하더라도 축구에서 메달을 목에 거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올림픽 역사상 축구의 최고 성적이 8강이라는 사실이 뒷받침한다. 세계 각국의 강호들이 출전하는 만큼 그들을 제치고 3위 이상의 성적을 거둔다는 건 쉽지 않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특히 공격력에서 문제가 치명적이다. 대표팀은 선수단이 꾸려진 초기부터 공격진 구성에 애를 먹었다. 결국 홍 감독은 박주영을 와일드 카드로 선택했다. 대표팀으로서는 박주영만한 카드가 없었다. 하지만 지난 14일 뉴질랜드와 평가전에서 대표팀의 득점력은 2골에 그치며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였다.
닐 앰블렌 뉴질랜드 감독은 "분명히 한국이 이길 만한 좋은 경기를 했다"고 칭찬했지만, "한국은 계속해 좋은 기회를 만들었지만 골을 마무리하는 능력이 좋지 못하다. 일단 기회를 만들었으면 골로 연결해야 경기를 풀어가는 데 있어 편안해지고, 선수들도 여유로워진다"고 덧붙였다. 홍 감독도 "좀 더 세밀하게 풀어갔어야 할 부분적인 몇 장면에서 실수를 했다"고 인정하는 모습이었다.
대표팀으로서는 안타까운 평가였다. 본선이 불과 1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만큼 준비할 시간도 짧기 때문. 하지만 홍 감독은 시간이 지날수록 나아질 것이라 확신했다. 그 확신의 배경에는 박주영이 있었다. 박주영은 이날 경기서 멀티골은 넣지 못했지만 선제골을 뽑아내며 경기력을 되찾는 발판을 마련했다.
홍 감독은 "박주영의 몸 상태가 생각보다 많이 올라와서 뉴질랜드전에서 계획보다 좀 더 시간을 주었다"고 했다. 박주영이 소속팀에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해 경기 감각이 떨어진 만큼 다시 되찾아 런던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라는 배려였던 것. 또한 "구자철과 호흡은 크게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한다"며 원톱으로서 주위 선수와 조직력도 합격점이었다고 밝혔다.
이날 박주영의 경기 감각은 매우 좋았다. 특히 선제골 장면에서 빛이 났다. 박주영은 전반 18분 윤석영의 낮은 크로스를 받아 왼발 힐킥으로 연결, 선제골을 터트렸다. 박주영은 재치 있는 힐킥으로 상대 골키퍼가 예상치 못한 슛을 날렸다. 수비수도 미처 대응하지 못해 공이 자신의 몸에 맞고 골대 안으로 들어가는 걸 지켜보기만 했다. 중요한 순간에서 정확한 판단력이 돋보였다. 이후 몇 차례 기회를 계속 놓쳤지만 선제골 만큼은 무시할 수 없었다.

경기력뿐만이 아니다. 박주영은 대표팀의 주축 선수들보다 4살이 많음에도 중심이 되고 있다. 예전 와일드카드 선수들이 나이 차로 인해 조직력 붕괴의 시점이 됐던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박주영은 대표팀의 고참으로서 선수들을 잘 이끌고 있는 셈이다. 이는 2년 전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서 박주영이 현재 대표팀 선수들 대부분과 호흡을 맞췄기 때문이다. 그만큼 대표팀은 조직력에서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박주영은 2년 전 아시안게임서 고배를 들었다. 금메달 사냥을 위해 와일드 카드로 나서 6경기서 4골을 터트렸지만 대표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데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박주영과 대표팀 선수들간의 관계와 조직력은 더욱 단단해졌다. 박주영으로서는 어린 동생들을 위해서라고 동기부여가 더욱 될 수밖에 없다.
박주영이 동기부여 만큼이나 맹활약을 펼쳐 2년 전의 아픈 기억을 씻어냄과 동시에 올림픽 영웅이 되어 활짝 미소를 지을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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