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새마을 지도자'.
전북 이흥실 감독대행은 지난 1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 원정경기서 3-0의 완승을 이끌면서 올 시즌 무지막지한 공격력을 다시금 과시했다. 최강희 대표팀 감독이 만들어 놓은 초석을 더욱 다져 자신만의 공격력을 선보이고 있는 것.
이 대행은 경기 후 가진 인터뷰서 "서상민과 드로겟 등 부상선수가 많아 걱정했다. 또 지난 수요일(11일)에 경기를 펼쳐 체력적으로 어려움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거둔 선수들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이 대행은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다. 기술적으로는 그 누구도 당할 수 없던 공격형 미드필더였다. 현재도 체력적인 면에서는 뒤지지만 전북 선수들도 이 대행의 기술에는 혀를 내두를 정도.
1985년 포항에서 프로에 데뷔한 이 대행은 그해 신인상을 받았다. 1986년에는 K리그 MVP를 수상했다. 또 1989년에는 도움왕에 올랐다. K리그서 총 182경기에 출전해 48골 35도움을 기록했다. 170cm가 조금 안되는 키지만 기민한 움직임으로 상대를 제압하면서 기술축구의 정수를 보여줬다.
이 대행은 전임 최강희 감독의 축구에 패스를 더했다. 중원에서 더욱 잦은 패스 연결을 통해 '닥공(닥치고 공격)2'를 일궈냈다. 수원전에서도 분명 누구와 대결을 펼치든 압도적인 공격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 강조했다.
이 대행은 "팀 내 에닝요, 루이스 등 골을 넣을 선수가 많다. 3골이 아니라 더 넣을 수 있게 공격적인 교체 카드를 썼다. 대량 득점은 우리가 만드는 게 아니다. 수원이 같이 공격적으로 나온다면 우린 더욱 공격적으로 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원전 인터뷰를 마친 후 기자회견장을 빠져 나가던 이 대행은 취재진에게 부탁을 했다. 팬이 전해준 선물을 보여주고 싶다는 것. 이 대행이 꺼낸 것은 바로 '새마을 지도자'들이 쓰던 모자.
전북의 팬이 전해준 모자에는 왼쪽편에 '이흥실 감독'이라고 적혀있다. 쑥쓰러운 듯 모자를 쓴 이 대행은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냈다. 최강희 감독이 '봉동이장'으로 전북 팬들에게 다가갔다면 이 대행은 '새마을 지도자'의 브랜드를 만든 것.
원래 이 대행이 원했던 것은 '청년회장'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 시작을 알리던 미디어데이 기자회견서 이 대행은 "'청년회장'은 이동국에게 맡기고 나는 '새마을 지도자'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본인이 강조했던 브랜드가 드디어 팬들에게 심어지고 있는 순간이었다.
10bird@osen.co.kr
수원월드컵경기장=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