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 땅이 굳어진다’라는 말이 현실화되는 시기다. 지난 시즌 후 석면 제거 작업이 천연 잔디 구장에서 벌어진 뒤 맞은 우기. 내야수들과 주자들은 체력 비축만의 요소 뿐만 아니라 플레이 면에서도 내심 안도의 한숨을 짓고 있다.
지난 시즌 뒤 잠실, 문학, 사직구장 등 천연잔디 구장은 암을 유발하는 석면 물질을 제거하는 작업에 착수했고 배수 문제로 인해 인조잔디를 채택했던 광주구장은 천연잔디로 복구했다. 지난 시즌 중 잠실, 사직, 문학 등 천연잔디 구장에서 내야 흙으로 사용되는 사문석 파쇄토에 발암물질인 석면이 검출되었다는 발표가 나온 뒤의 일이다.
석면 물질을 제거하면서 반대로 잃은 것도 있으니 바로 내야 흙의 굳기가 떨어졌다는 것. 시즌 초반 내야수들과 주자들은 그로 인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내야수들의 경우 “가뜩이나 천연 잔디 구장은 불규칙 바운드가 많아 어려움이 있는데 작업 이후 수비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라며 환경이 좋아진 대신 플레이 면에서 어려운 점이 생겼다는 이야기도 함께 꺼냈다.

그리고 “주루 스타트를 끊을 때 밀리는 느낌이다”라고 이야기하는 선수도 적지 않았다. 내야 흙의 점성이 석면 물질 제거 이후 이전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라 예전보다 자주 구장관리팀에서 물을 뿌려줘야 했던 것이 사실이다. 예년보다 우천 휴식이 적다가 최근 비로 인해 각 팀이 망중한의 시기를 겪은 것. 한화 주전 유격수 이대수는 비로 인해 잠실 내야 흙이 좀 더 탄탄해졌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천연 잔디 구장의 내야 흙이 수비하는 내야수 입장에서 좋은 편은 아니에요. 불규칙 바운드가 많기 때문에 땅볼 바운드를 맞추기가 쉽지 않고. 그런데 10, 11일 비가 오면서 내야 흙이 조금 더 탄탄해진 것이 사실입니다”. 이대수는 10~11일 잠실 두산전서 깊은 타구를 무리 없이 범타로 연결하는 호수비를 보여줬다.
두산 주전 유격수 손시헌도 “흙이 바뀌었다고 당장 효과가 어떤지 이야기하기는 힘들다. 장마철 등 우기를 지나봐야 그 내야 흙이 플레이하기 어떤지 알 수 있다. 비가 내리고 나면 자연적으로 흙이 탄탄해지기 때문이다”라는 이야기를 꺼냈다. 경기 직전 내린 비로 인해 땅이 질척거리는 현상이 아니라 비가 내리고 어느 정도 시간의 공백이 이어진 뒤의 경기 개시는 내야수와 주자 입장에서 좋은 일이다.
수비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좋은 경기력을 기대할 수 있다. 주자들이 좀 더 자주 뛸 수 있는 환경으로의 변모 또한 좀 더 역동적인 야구의 기대치를 높인다. 잠깐 동안의 우천 휴식. 8개 구단 내야수들과 준족의 주자들이 좀 더 활발하게 뛸 수 있는 환경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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