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쏟아져서 취소하면 꼭 그 다음에 날씨가 개더라.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넥센 김시진 감독이 경기전 우천연기 판정을 내리는 프로야구 경기감독관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2008시즌 경기감독관을 역임한 바 있는 김 감독은 우천연기된 14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자신의 경기감독관 시절을 회상했다.
김 감독은 “경기감독관 일이 그냥 경기만 보고 비 오면 우천연기 판정만 내리고 집에 가는 듯 보일지 모르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며 “일단 오늘처럼 비가 올지도 모르는 날에는 경기 감독관이 경기 시작 3시간 전에 경기장에 나와야 한다. 평상시에도 1시간 반 전에는 나와서 경기장 상황을 체크한다. 물론 미래의 상황을 정확하게 점칠 수는 없다. 신이 아닌 이상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고 우천연기 판정을 내리는 게 결코 쉽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김 감독의 말처럼 100% 정확한 예보는 없다. 그래도 경기감독관들은 가장 정확한 기상 정보를 구하기 위해 공항과 협력해 날씨를 파악한다. 김 감독은 “공항은 비행기 이착륙을 관리하기 때문에 날씨 정보가 가장 빠르고 정확하다”면서 “비가 오는 날이면 일단 공항에 연락해서 기상상황을 듣는다. 잠실의 경우엔 성남공항에 문의한다. 그런 다음 보고서를 작성해서 KBO에 보고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렇게 공항의 협조를 구해 우천연기 판정을 내려도 비가 그치는 경우가 생긴다. 실제로 14일 잠실 경기 역시 1회초 이후 30분 넘게 지속되는 폭우로 우천으로 인한 노게임 선언을 내렸지만 이후 비가 멈췄다. 김 감독 역시 경기감독관 시절 이런 일이 많았다. 김 감독은 “그럴 때가 가장 난감하다. 비가 억수로 와서 경기를 취소했는데 취소 이후 날씨가 좋아지면 팬들에게 엄청나게 욕을 먹는다. 비가 쏟아져서 취소하면 꼭 그 다음에 날씨가 개더라.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한편 경기감독관은 우천으로 인한 경기 진행여부를 결정하는 일 외에도 여러 가지 업무를 담당한다. 경기 중 심판 판정에 대한 고과측정도 경기감독관이 하는데 요즘처럼 전경기가 중계되고 카메라 기술의 발달로 오심여부가 정확히 드러나는 상황에선 결국 심판들도 오심에 대한 감점을 피할 수 없다.
또한 불미스러운 일로 인한 선수 퇴장 상황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도 경기감독관의 몫이다. 이후 경기감독관의 보고서를 기초로 KBO가 벌금 및 징계수위를 결정한다. 경기 시작 전 경기장 시설에 문제가 있을 때 경기 진행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감독관이 할 일이며 경기 시작 및 종료시간, 관중수 보고도 경기감독관의 손으로 작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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