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열-박병호-서건창, 4년만의 재회 인연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2.07.16 07: 20

세 명의 선수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4년의 시간 뒤 다른 팀에서 다시 만났다.
넥센 히어로즈의 외야수 이성열(28)과 내야수 박병호(26), 서건창(23)은 한솥밥을 먹은 게 처음이 아니다. 세 선수 모두 LG 트윈스의 유니폼을 입었고 2008년에는 세 선수가 함께 생활했다. 다른 게 있다면 그때는 LG의 구리 2군 숙소에서였다.
2003년 LG에 입단한 이성열은 좌타 거포 유망주로 많은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컨택 능력에서 실망감을 안긴 뒤 2008년 중순 두산 베어스로 트레이드됐다. 이성열은 2009년 주전 외야수로 활약하며 2010년 24홈런을 기록하기도 했으나 그뒤 주전 자리를 놓치고 지난 9일 넥센으로 트레이드됐다.

박병호는 '넥센 선배'다. 2005년 LG에 지명된 박병호는 이성열과 마찬가지로 거포 기대주였다. 팀은 이성열과 좌-우 거포 라인을 형성하길 바랐다. 그러나 1군에서 큰 활약을 보이지 못했고 지난해 7월 31일 심수창과 함께 넥센에 왔다. 트레이드 결과는 대성공. 박병호는 이후 한 번도 넥센의 4번타자 자리를 놓치지 않으며 올 시즌 리그 타점 선두를 독점하고 있다.
막내 서건창은 두 팀을 오간 사연이 가장 드라마틱하다. 2008년 LG에 신고선수로 들어간 그는 그해 단 1타석에 들어서 삼진을 기록한 뒤 방출됐다. 서건창은 그러나 군 문제 해결 후 지난해 말 넥센 신고 테스트에서 당당히 합격했다. 이어 정식선수 등록, 개막 엔트리 진입, 주전 낙점, 올스타 출전 등 특별한 한 해를 맞고 있다.
서건창이 넥센에 입단한 뒤 "(서)건창이를 잘 부탁한다"며 많은 '홍보'를 했던 박병호는 이성열이 이적한 뒤에도 가장 반겼다. 이성열이 넥센에 어색함 없이 쉽게 적응하게 한 일등공신 중 한 명이다. 이성열은 입단 인터뷰 당시 "가장 잘 풀린 (박)병호가 반겨줘 고맙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박병호는 "(이)성열이 형과는 구리에서 숙소를 같이 쓰기도 했고 친하게 지냈다. 좋은 형과 다시 한 팀에서 뛰게 돼 기쁘다. 다시 같은 팀이니까 같이 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건창도 "정말 좋은 선배고, 열심히 하셔서 보고 배울 게 많은 선배"라며 반겼다.
세 선수의 가장 큰 공통점은 자의든 팀의 결정이든 넥센의 유니폼을 입을 당시 절박함이 있다는 것이다. 세 명 모두 전 팀에서는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넥센에서는 어떻게든 꾸준한 출장 기회를 보장받았다. 새로운 '기회의 땅'에서 능력을 꽃피운 박병호와 서건창처럼 이성열도 기지개를 마음껏 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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