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승부 본능을 숨길 수 없다.
오는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2012 한일 프로야구 레전드 매치를 앞두고 대표선수로 발탁된 감독·코치들이 몸 만들기에 한창이다.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 전설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데 아무리 친선경기라도 이기고 싶은 게 승부사들의 본능이다.
1위팀 삼성을 이끌고 있는 유격수 출신 류중일 감독은 타격과 펑고 훈련에 한창이다. 류 감독의 손에는 물집이 잡혀있다. 그는 "타격 훈련을 하다 보니 손이 다 까졌다. 펑고를 받는데 다리가 후들후들 거리더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5년 전에만 해도 그렇지 않았는데 요즘은 힘들다"고 인정한 류 감독은 레전드 매치를 앞두고 맹훈련으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에는 류 감독 뿐만 아니라 오치아이 에이지 투수코치가 일본 대표로 들어간다. 오치아이 코치와 류중일 감독의 투타 대결이 성사될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오치아이 코치는 최근 배팅볼 개수를 늘리며 몸을 만들고 있다. 류 감독에 따르면 오치아이 코치의 직구 스피드는 최고 130km 중반까지 나온다. 류 감독은 "나랑 붙을 때에는 살살 던져라고 해야지"라며 웃어보였다.
골든글러브 최다 수상에 빛나는 3루수 출신 한화 한대화 감독도 타격훈련을 개시했다. LG 시절 선수였던 한감독을 지도한 바 이는 김용달 타격코치는 "여전히 타격이 살아있다. 힘이 떨어졌지만 임팩트부터 팔로스로까지 스윙이 현역 때처럼 부드럽다"며 칭찬 아끼지 않았다. 한 감독은 "근력이 빠지니 역시 힘이 빠진다. 이제는 조금만 쳐도 지친다"며 나이를 속이지 못하는 모습.
국내 최초의 100승 투수에 빛나는 김시진 넥센 감독도 "멘붕(멘탈붕괴)이 아니라 몸붕(몸붕괴)이 올까 걱정되지만 던질 때까지 던져보겠다"며 의욕을 내비쳤다. 배팅볼을 많이 던지기로 유명한 한용덕 한화 수석코치도 레전드 매치가 점점 다가오자 매경기 전 "완투"를 외치며 타자들에게 배팅볼을 아낌없이 던져주고 있다.
누구보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선수는 역시 '국보급 투수' 출신 선동렬 KIA 감독이다. 선 감독은 "따로 준비하는 건 없다. 연습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면서도 "이번주 광주에서 캐치볼을 한 번 해 볼 것이다. 120km는 나오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선 감독은 2005~2006년 올드스타 친선경기에서 최고 138km와 134km 강속구를 뿌리며 녹슬지 않은 구위를 과시한 바 있다.
그러나 대회의 시기를 놓고 아쉬움 섞인 목소리도 있었다. 선동렬 감독은 "시즌이 끝난 뒤 마음 편하게 하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시즌 중이라 신경 써야 할 게 많다"고 토로했다. SK 이만수 감독도 "팀이 어려운 상황에 있으니 레전드 매치는 생각도 안 난다"고 했다. 진정한 의미의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모두가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시기 선정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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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