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벽인가.
삼성 야구단과 KIA 야구단은 거대 재벌그룹의 간판이다. 예전 현대와 삼성이나 마찬가지였다. 현대 유니콘스라는 이름으로 맹위를 떨치던 시절 양구단은 만나면 지지 않기 위해 으르렁거렸다. 지금 KIA의 뒷편에는 현대자동차 그룹이 자리한다. 영호남 라이벌과 재계 라이벌이 동시에 투영 되어 있다.
지난 15일 대구경기가 모처럼 열렸다. 전국 3개 구장이 비로 취소됐으나 대구쪽 하늘을 조용했다. 시즌 처음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한 KIA는 에이스 윤석민을 출격시켜 승리를 노렸다. 이기면 상승세를 탈 수 있는 시점이었다. 그러나 4연승에 도전하는 선두 삼성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다.

결과는 윤석민의 완패. 11일만의 등판탓인지 자신의 구위가 아니었다. 빗맞은 안타를 맞으면서 힘겹게 실점 위기를 벗어나고 1회를 마쳤다. 그러나 2회들어 진갑용에게 솔로홈런을 내주었고 연속안타를 맞고 4실점, 1사후 강판했다. 올들어 최소이닝 투구였다.
윤석민은 지난 5월 17일 대구 삼성전에서도 3이닝 6실점으로 부진했다. 당시 KIA 전날 7-5로 승리하고 3연패에서 벗어났다. 윤석민이 잡아준다면 반전모드에 돌입할 기회였다. 그러나 윤석민이 초반 무너지면서 KIA는 4연패를 당했다. 마찬가지로 이날도 상승기류에 팀을 올려놓지 못한 것이다. 오직 아쉬웠으면 선동렬 감독은 "에이스로 책임감을 가져달라"고 주문했을까.
삼성은 최강의 팀이다. 모든 팀들이 두려워하면서도 꺾고 싶은 공공의 적이다. 기존의 두터운 마운드와 탄탄한 수비력, 박석민의 맹위와 이승엽까지 가세하면서 홈런포도 뜨겁다. 그러나 KIA에게는 벽이다. 3승8패1무로 열세에 몰려있다. 특히 대구에서 벌인 7경기 가운데 1승 밖에 건지지 못했다. 대구징크스라고 볼 수 있다. 그 한 가운데 윤석민의 대구 부진이 자리잡고 있다.
더욱이 삼성은 선동렬 감독이 6년동안 재임했고 지금의 막강 전력을 만드는 토대를 닦았다. 고향팀 KIA 지휘봉을 잡았지만 공교롭게도 자신이 만들었던 삼성의 높은 벽을 유감없이 느끼고 있다. 선 감독은 "삼성이 단연 최강이다. 삼성을 넘어야 한다"는 모토를 갖고 시즌을 출발했다. 그러나 에이스의 부진으로 아직은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선감독은 KIA를 삼성 같은 팀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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