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전 주축선수 5명의 이탈이 지금의 추락을 불러온 걸까.
LG가 최근 15경기 2승 13패를 기록, 6월 중순부터 한 달 동안 가파르게 추락했다. 6월 12일 잠실 SK전을 앞뒀을 때만 해도 LG는 1위 SK에 1.5경기차로 추격, 올 시즌의 신데렐라가 되는 듯했지만 타선 침묵과 토종 선발진 부진 등이 겹쳤고 최근에는 공수 기본기까지 모두 무너졌다.
어쩌면 이미 예견된 일이었을 수도 있다. 시즌 전 14년 동안 팀을 지켜온 주전포수 조인성과 중심타자 이택근, 마무리 투수 송신영이 FA로 이적했고 전지훈련 기간에는 지난해 200이닝 이상을 합작한 신예 선발투수 박현준과 김성현이 초유의 사건으로 팀을 떠났다.

하지만 6월 중순까지 LG는 5명의 공백을 최소화했다. 외야수와 1루수를 겸업했던 이택근의 공백을 이병규(7번)가 이택근과 마찬가지로 외야수와 1루수로 출장하며 완전히 메웠다. 지난 시즌 이택근은 85경기에 출장하며 타율 2할9푼7리 OPS 0.765를 기록했는데 올 시즌 이병규는 60경기 출장에 타율 3할3푼7리 OPS 0.887을 올리고 있다.
물론 우타자 이택근과 좌타자 이병규를 같은 기준에서 비교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지만 이택근이 있던 2010시즌과 2011시즌의 LG는 외야수 과포화 현상으로 이택근을 비롯해 이병규(9번), 박용택, 이진영, 이대형의 외야진을 모두 기용하지 못했다. 실제로 LG 외야진은 지난 시즌 OPS 0.723을 기록했는데 올 시즌은 OPS 0.730으로 오히려 더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1루수 역시 2011시즌에는 OPS 0.753을 올렸는데 2012시즌의 OPS는 0.767이다.
송신영의 이탈은 봉중근의 마무리 전환으로 해결됐다. 지난 시즌 중반 LG로 트레이드된 송신영은 LG 유니폼을 입고 19경기에 출장해 평균자책점 1.99 10세이브를 올렸다. 비록 최근 20일 동안 팀을 이탈했었지만 올 시즌 봉중근은 19경기에 나와 평균자책점 2.08 13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조인성의 이적으로 포수 자리가 무주공산이 될 것으로 보였지만 각자 다른 특색을 지닌 김태군·심광호·윤요섭을 두루 기용하며 버티고 있다. 물론 이들 중 지난 2시즌 동안 홈런 43개를 때려낸 조인성의 공격력을 완벽히 메울 수 있는 이는 없다. 그래도 다시 마스크를 쓴 윤요섭이 타율 3할3푼3리로 공격형 포수로 자리하고 있고 김태군은 도루 저지율 3할3푼3리로 성장했다.
박현준의 부재도 6월 중순까지는 이승우·최성훈·임정우 신예 선발진의 깜짝 활약으로 느낄 수 없었다. 비록 이들 셋이 지난 시즌 159⅓이닝을 투구한 박현준 만큼의 지구력을 보이지는 못하고 있지만 선발진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올 시즌 LG는 최근 어느 해보다 신구조화가 잘 이뤄지고 있다. 선발진 평균자책점을 비교하면 지난 시즌 4.39, 올 시즌 4.25로 토종 에이스와 다섯 번째 선발투수가 빠진 지금이 더 낫다.
2011시즌 LG는 59승 72패 2무로 승률 4할5푼을 기록했다. 올 시즌은 75경기를 치른 상황에서 32승 41패 2무로 4할3푼8리를 올리고 있다. 결국 5명의 공백이 최근 추락의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선수 한 두 명이 없는 것 보다는 시즌 중반만 되면 찾아오는 조직력 약화에서 원인을 찾는 게 맞다. 지난해 LG는 한 경기 평균 0.73개의 실책을 범했는데 올 시즌은 지난 해보다 높은 0.77개를 기록 중이다. 전지훈련 내내 수비를 강조했지만 내·외야 모두 시간이 흐를수록 헐거워지고 있다. 피OPS가 지난해 0.716에서 0.731로 증가했다. LG와 상대하는 팀들은 타구가 외야로만 향하면 유독 공격적으로 주루플레이를 펼친다. 그만큼 최근 외야진의 전체적인 움직임이 나쁘다.
조직력은 스타 선수 한 두 명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선수 모두가 팀을 위한 플레이, 팀을 위해 희생하려는 마음이 있을 때 조직력도 살아난다. 여전히 LG에는 경기 후 팀 기록보다는 자신의 기록부터 확인하는 이들이 많다. 최악의 한 달을 보내는 동안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고 있었는지, 전지훈련 때 무엇에 중점을 두고 연습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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