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뛰어난 외국인 투수다. 그러나 한 이닝에 집중타를 맞는 경우도 가끔씩 볼 수 있다. 두산 베어스 외국인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31)의 변화에는 옥의 티가 숨어있다.
지난 시즌 15승을 올리며 16승을 올린 김선우와 함께 믿음직한 원투펀치로 고군분투했던 니퍼트는 올 시즌에도 17경기 9승 5패 평균자책점 2.92(16일 현재)로 좋은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8개 구단 투수들 중 가장 먼저 120이닝(120⅓이닝)을 돌파하며 이닝이터로서 위력을 떨치고 있는 니퍼트다.
좋은 투구를 연이어 보여주고 있는 니퍼트지만 2년차 시즌이 된 올 시즌 달라진 부분이 있다. 바로 유주자 시 피안타율이 부쩍 높아졌다는 것. 지난 시즌 니퍼트는 무주자 시 2할3푼4리, 유주자 시 2할1푼2리로 주자가 나갔을 때 더 강한 면모를 보여줬던 투수다.

지금은 약간 다르다. 올 시즌 니퍼트는 주자가 없을 때 2할8리로 좋은 피안타율을 보여주는 반면 주자가 나가면 2할6푼3리로 피안타율이 좀 더 올라간다. 주자가 나갔을 때 안타가 곧바로 득점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점은 니퍼트의 새로운 약점으로 볼 수 있다.
오히려 제구력은 지난해보다 더 좋아졌다는 평을 받는 니퍼트를 생각해보면 뭔가 아이러니하다. 지난해 니퍼트의 공을 본 홍성흔(롯데)은 "분명 높은 코스다. 그러나 문득 '배트가 나가야 될 것 같다'라는 생각으로 휘두르는 데 구위가 좋아 밀리더라. 키 큰 오승환(삼성) 같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시즌에 비하면 니퍼트는 오히려 낮게 던지는 데 집중하고 있다.
"두 번째 시즌에는 좀 더 낮게 던지려고 한다. 탈삼진을 뽑아내기보다 방망이를 유도해 아웃카운트를 늘려가는 것이 이닝을 소화하기는 조금 더 효과적이다". 그러나 방망이를 유도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역으로 말려드는 경우도 더러 있다. 지난 13일 문학 SK전서 니퍼트는 7이닝 8피안타 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되었는데 이는 2회 3실점을 집중타로 얻어맞았기 때문이다.
4월 7일 잠실 넥센 개막전서도 니퍼트는 4회까지 노히트 피칭을 펼치다가 이후 집중타로 5⅓이닝 6실점 패전 고배를 들이켰던 적이 있다. 5월 20일 잠실 LG전서 8이닝 9피안타 5실점하던 당시 니퍼트의 5실점은 모두 2회에 벌어졌던 것이다. 맞았다하면 한 이닝 동안 몰아서 맞는 경우가 벌어지고 있다. 주자 출루 시 집중타를 맞는 빈도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파울커트가 상대적으로 많은 국내 타자들을 상대로 하는 만큼 니퍼트는 '상대가 안타를 칠 수도 있어 보이는 공'으로 땅볼 유도를 하고자 했다. 그러나 타자들도 니퍼트를 하루 이틀 본 상대가 아니다. 그만큼 니퍼트가 맞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좀 더 이닝을 길게 끌고자 하는 니퍼트가 발견한 2년차 시즌 단점이다.
2009시즌 외국인 투수가 4승 씩 도합 8승을 올리며 최약체급 공헌도로 눈물을 삼켰던 두산 입장에서 니퍼트는 복덩이가 아닐 수 없다. 친화력도 좋은 데다 영리하고 구위와 제구력 모두 뛰어난 보물 외국인 투수다. 그러나 탈삼진보다 빠른 패턴을 선호하기 시작하면서 니퍼트의 공이 맞아나가는 경우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힘을 빼야 할 때는 빼되 줘야 할 때는 줘야 하는 좀 더 유연하고도 강한 모습이 필요한 니퍼트의 후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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