섞어찌개, 짬짜면, 양념반/프라이드반.
얼마나 좋은가. 이것도 먹고, 저것도 먹고.
야구와 딴따라, 야구와 딴 거. 맥주에 소주 말 듯. 섞는다, 크로스오버 crossover.

이름하여 야딴! 크로스. [필자 Talk]
얼마 전 NBA에서 빅 뉴스가 터졌다. 피닉스 선즈의 스티브 내쉬가 팀을 갈아탔다.
캐나다 출신의 이 포인트가드는 2차례나 MVP에 선정됐던 슈퍼스타다.
Bush는 부시라고 쓰는데 Nash는 내쉬라고 쓴다. 개콘의 감수성이 생각나서 그런가 보다.
그의 전성기는 마이크 디앤토니 감독과 함께 있을 때(2003~2008)였다.
상대 수비를 정신 못 차리게 만드는 눈부시게 빠르고 현란한 패스,
그 유명한 ‘런앤건(Run & Gun)’의 지휘자였다.
워낙 대스타여서 그가 팀을 옮기는 것 자체도 뉴스이긴 하다.
하지만 그 보다 쇼킹한 것은 그의 행선지가 LA라는 점이다.
있던 팀 선즈와 옮긴 팀 레이커스는 같은 조(組)다.
웨스턴 컨퍼런스 퍼시픽 디비전에서 매년 치열한 순위 경쟁을 하는 라이벌 관계다.
피닉스 팬들의 구호는 언제나 ‘Beat LA’...“다 져도 좋다, LA만 깨다오.”
그가 레이커스로 간다는 것은 ;
애 하나 딸린 줄리엣이 로미오 집안에 시집가는 것처럼 충격적이다.
로버트 사버 피닉스 구단주는 당연히 펄쩍 뛰었다. 여론도 들끓었다.
하지만 결국 말도 안되는 이 트레이드는 성사됐다.
내쉬는 LA로 떠나면서 “보내줘서 쌩유~”라는 인삿말을 남겼다.
야구는 항상 월요일이 문제다.
게임 없이 쉬는 날, 꼭 뭔가 나온다. 중요한 발표들이.
곰과 히어로즈의 패 바꾸기도 역시 지난 월요일(9일)에 보도자료가 돌았다.
이성열과 오재일. 용감 무쌍한 트레이드다.
일단 ‘고’를 외친 양 구단 프런트에 갈채를 보낸다.
남는 장사인지, 밑지는 장사인지 아직은 모르겠다.
하지만 그 용기와 결단력에는 박수를 쳐주고 싶다.
트레이드란 스퀴즈 실패 백배 만큼 뒷감당이 걱정되는 일이다.
혹시 보낸 선수는 날아다니고, 데려온 선수가 빌빌거리면...
담당 실무자나 책임자에게 떨어질 문책은 안봐도 비디오다.
이번 트레이드를 두고 진작부터 온라인은 시끌시끌하다.
특히 베어스 팬들이 화를 많이 낸다. “차라리 감독을 트레이드 해라.”
특별히 두 팀에게 ‘용기’라는 표현을 쓴 것은 판도 때문이다.
둘은 현재 상위권에서 앞집뒷집으로 박 터지는 순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
아마 시즌 막판까지 그럴 지 모른다.
이 말은 즉, ‘우리가 보낸 애한테 한 방 맞아서 막판에 고꾸라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 “그 때 트레이드 찬성한 사람 누구였더라?” 두고두고 씹힐 우려가 있다.
그럼에도 enter 엔터 키를 누른 구단 결정권자와 사령탑의 결단에 존경을 표현한다.
아마 아시는 분은 다 아실거다. 삼성과 LG의 관계.
두 팀이 20년 넘도록 정식 트레이드를 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는 걸...
간혹 FA나 방출돼서 옮겨간 적은 몇 번 있다.
하지만 두 팀 프런트끼리는 절대 직거래 안한다. 그만큼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거다.
이성열-오재일 이전에도 올 시즌 중에만 벌써 3번의 트레이드가 있었다.
최경철(SK)-전유수(넥센), 용덕한(두산)-김명성(롯데), 조영훈(삼성)-김희걸(기아).
한결같이 1대1 트레이드였다.
1-1은 더더욱 위험 부담이 크다.
사장, 단장, 운영부장 같은 프런트 책임자들이 기피하는 종목이다.
혹시라도 잘못되면 면피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보통은 메인 카드에 한 두명 씩을 얹는다. 2-2, 2-3, 3-3...
끼워 팔면 위험이 분산되고, 보험처리도 가능하다는 이유다.
프런트와 사령탑은 겁나고 두근거리는 작업이다.
하지만 야구판의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한 작업이다.
죽어라 연습해도 출장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피 끓는 젊은이들의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
최경철, 용덕한, 조영훈 같이 절절한 ‘감사의 마음’으로 그라운드에 설 선수를 위해.
용감한 트레이드는 계속 돼야 한다.
백종인 객원기자
이성열-오재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