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로 일찌감치 우천연기가 결정됐던 14일 사직구장.
롯데와 한화 선수들 모두 잠시 비가 잦아든 틈을 타 몸만 가볍게 풀고 그라운드에서 철수한 가운데 비를 맞으며 홀로 사직구장 그라운드를 달리는 한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한화 박찬호(39)였다. 박찬호는 약 20분 가량 가벼운 조깅을 한 뒤 비를 맞으며 캐치볼까지 마쳤다.
이 모습이 외국인투수의 눈에도 인상적으로 보였나 보다. 바로 다음날 롯데 좌완 쉐인 유먼(33)은 "박찬호에게 전화를 걸어보고 싶다"는 말을 꺼냈다. 유먼은 한국데뷔 첫 해 성공적인 전반기를 마쳤다. 당연히 목표는 후반기 페이스 유지다. "시즌은 길다. 지금 컨디션을 후반기까지 끌고가는 게 바로 내 목표"라고 유먼은 말했다.

전반기를 마칠 때쯤엔 선수들의 피로도는 상당히 높아진다. 시즌 초 반짝 활약을 펼치던 선수들이 페이스를 유지하지 못하는 것도 체력적인 원인이 크다. 그래서 많은 선수들이 여름이면 홍삼이나 보약 등 좋은 것을 챙겨 먹는다.
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웨이트, 러닝 등 기본적인 운동을 하루도 거르지 않는 것이다. 유먼은 "지금 컨디션을 그대로 끌고가려면 내 스스로 러닝, 웨이트 트레이닝 등 일상적인 운동을 빼 먹으면 안 된다. 만약에 이걸 소홀히 한다면 마지막에 피로도가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1위부터 7위까지 치열한 순위싸움을 벌이고 있다. 팀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라도 내 몸관리가 우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먼이 이야기를 꺼낸 게 박찬호다. 유먼은 2006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소속으로 메이저리그에서 한 해 활약을 했는데 박찬호는 그 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선발로 뛰며 7승을 거두기도 했다. 유먼은 "몸 관리 비법을 박찬호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봐야 겠다"고 했다. 유먼이 강조한 '매일매일 기본적인 운동'에 충실한 게 박찬호다.
유먼은 "박찬호의 나이를 생각하면 지금 활약은 대단하다"면서 "무언가 컨디션 유지의 비밀이 더 있을 것 같다. 올 해 활약 뿐만이 아니라 20년 가까이 선수생활을 한다는 것 자체에 경의(respect)를 표할 정도"라고 했다. 박찬호가 본격적으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게 1994년, 올해로 19시즌 째다.
유먼의 말 처럼 박찬호는 여름에도 좀처럼 페이스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 현재 박찬호의 성적은 4승 5패 평균자책점 4.00이다. 한화 선발투수 가운데 다승 2위, 평균자책점 3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또한 81이닝을 소화하면서 팀에서 류현진, 양훈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이닝을 던졌다. 월간 평균자책점도 4월 2.91, 5월 5.40, 6월 4.15, 7월 2.45 등 오히려 점점 좋아지는 모습이다.
수많은 경험과 함께 돌아온 박찬호는 팀 동료들, 한국 선수들 뿐만 아니라 외국인 선수들까지 본받아야 할 사표(史表)로 자리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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