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민 외야 시험, 이유는 공간지각 능력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7.17 10: 40

"내야수로 뛸 때 송구가 좋지 않아 외야로 전향하는 케이스도 있다. 그러나 윤석민은 송구가 안 좋아서가 아니라 공간 지각 능력이 좋기 때문에 외야수로 시험해 보는 것이다".
야구계의 속설 중 하나. 내야수로 커리어를 시작했던 선수가 외야수로 전향하면 돌아오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송구 정확도에서 문제가 생겨 외야로 전향했던 선수의 단점 보완이 아닌 장점 특화로 가기 때문. 그러나 애초에 송구 정확도 문제가 아니라 타구를 포착하는 능력이 좋은 선수인 만큼 외야수로도 활용해보려는 방안이다. 김진욱 두산 베어스 감독이 내야수 윤석민(27)에게 외야 펑고를 받아보고 좌익수로도 출장시켰던 이유다.
윤석민은 지난 13일 문학 SK전서 데뷔 후 처음으로 좌익수 수비에 나섰다. 정진호의 대타로 나선 뒤 수비 교체 없이 그대로 윤석민이 좌익수로 출장한 것. 주포지션이 3루수였고 2010년 5월 소집해제 후 2군에서 1루수로도 뛰었던 윤석민은 간간이 외야 펑고를 받기도 했으나 실전 외야 투입은 처음이었다.

"윤석민은 원래 수비가 좋은 선수다. 특히 타구가 왔을 때 그 방향을 포착하는 공간 지각 능력이 좋은 스타일이다. 외야수로도 잘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대체로 내야수가 외야수로 전향하는 케이스 중 하나는 바로 내야수로서 송구 정확도가 떨어지는 경우다. 유격수로 삼성에 입단했던 김주찬(롯데)은 데뷔 시즌 악송구로 인해 트라우마를 겪은 뒤 1루-외야 요원으로 플레이했고 3루수로 OB(두산의 전신)에 입단했던 심정수(전 삼성, 은퇴)도 팬들에게 강견의 거포 우익수로 알려져 있다. 민병헌(두산, 경찰청 소속)도 덕수고 시절 유격수로 뛰었으나 송구 부정확으로 인해 외야로 이동했다.
그러나 윤석민은 송구 정확도가 떨어지는 선수는 아니다. 송구 능력은 이원석 못지 않다는 평을 듣는 선수. 오히려 윤석민의 케이스는 강습타구에 대한 공포를 줄여주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다. 3루 출장 시 윤석민은 파울라인 부근 강습타구 때 타구를 쫓은 뒤 고개를 뒤로 젖힌 채 글러브만 갖다대며 잡으려다 2루타를 내주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잠실구장 강습 타구는 과거 권용관(SK)이 LG 시절 광대뼈 골절상을 입는 등 강도가 세기로 악명이 높다. 윤석민은 타구를 쫓는 능력은 갖추고 있지만 강습 타구에 대한 공포가 잠재한 수비를 보여주는 선수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김 감독은 강습 타구가 없는 대신 낙구 지점 포착 능력이 중요한 외야수 보직으로 윤석민의 가능성을 시험해보는 것이다.
또한 김 감독은 구리 인창고 감독 시절부터 윤석민이 어떤 스타일에 능한 선수인지 알고 있는 지도자다. 일발장타력을 지니고 있으나 1루, 3루 요원 중첩으로 인해 기량에 비해 많은 기회를 얻지 못한 윤석민을 좀 더 1군에서 많이 활용해보기 위한 하나의 전략으로 볼 수 있다.
현재 두산 1군 내 외야수는 단 4명. 윤석민이 김 감독의 이야기대로 좋은 감각을 발휘한다면 김 감독의 윤석민 시험은 묘책이 된다. 그러나 한계점을 비춘다면 이는 그저 내야수를 외야수로 옮겼다가 낭패를 보는 '고육책'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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