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개의 공 중 패스트볼 계열 구질이 무려 90개. 그것도 투심 패스트볼이 56개나 되었다. 스리쿼터 팔 각도에서 꼬리를 그리며 떨어지는 공도 위력적이었다. '써니' 김선우(35, 두산 베어스)가 오랜만에 그 다운 쾌투로 56일 만에 승리 맛을 보았다.
김선우는 17일 광주 KIA전에 선발로 나서 6이닝 동안 4피안타(탈삼진 4개, 사사구 2개) 무실점 쾌투를 펼치며 시즌 3승(5패)째를 거뒀다. 이날 무실점 쾌투로 김선우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5.73에서 5.36(17일 현재)으로 하락했다. 이날 경기 전 김선우의 가장 최근 승리는 지난 5월 22일 문학 SK전 5이닝 2실점 승리였다.
이날 6이닝 동안 투구수 105구를 기록한 김선우는 패스트볼 계열 구질 90개를 던졌다. 최고 구속은 144km으로 포심 패스트볼이 16개, 투심 패스트볼이 56개, 컷 패스트볼이 18개였다. 포심과 투심이 각각 144km까지 계측되었다.

2008년 자신의 보유권을 갖고 있던 두산 유니폼을 입고 한국 무대를 밟은 김선우의 주된 투구 패턴은 바로 포심-투심이었다. 원래 김선우는 탈삼진을 뽑기 위해 많은 공을 던지기보다 상대 방망이를 빠르게 유도하는 패스트볼 계열 구질을 자주 던지던 투수. 그러나 첫 2시즌 동안은 투심보다 포심 패스트볼의 구사도가 높았다.
"이전까지는 빠른 공에 나도 매력을 느꼈다. 그러나 2009시즌 후 느낀 것이 많았다. 직구만으로 국내 타자들을 상대할 수 없다는 것을. 돌아 들어가는 방법이 팀에 더 보탬이 되는 만큼 그 쪽에 더욱 집중하겠다".
2010시즌부터 변형 체인지업과 슬라이더성 커브를 섞어 던지던 김선우. 그는 지난 두 시즌 동안 13승, 16승으로 29승을 기록했으나 올 시즌에는 초반부터 불운과 슬럼프가 겹치며 자신감도 떨어져 있었다. "고질적인 무릎 통증 정도를 제외하면 몸 상태는 거의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아픈 선수가 되어 있어 스스로 기분이 많이 상했다"라는 것이 김선우의 이야기였다.
17일 KIA전의 김선우는 한국 무대 초반과 비슷하고도 달랐다. 원래 스리쿼터형 투구폼에서 팔스윙이 역동적이라 직구도 테일링되는 투수지만 이날은 포심보다 투심을 즐겨 던졌다. 돌아 들어가기보다 정면 대결을 택했으나 여기서 약간의 변형을 준 것. 무브먼트에 대한 자신감을 앞세워 KIA 타선을 무실점으로 제압한 김선우다.
포수 양의지와의 호흡도 뛰어났다. 처음 호흡을 맞춘 2010년부터 김선우는 양의지에 대해 "어린 데도 두뇌회전이 좋고 어른스럽다. 정말 좋은 포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양의지도 김선우의 무브먼트 자신감을 알고 과감하고도 투수 구미에 맞는 리드를 보여주며 무실점 호투에 공헌했다. 범타 유도에 공헌한 최주환-김재호 키스톤 콤비의 경기 초반 연이은 호수비도 김선우의 부담감을 줄여줬다.
"그래도 올해 10승은 채웠으면 좋겠는데". 슬럼프와 잇단 불운으로 인한 부담 속에서도 의연함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던 김선우는 56일만에 거둔 3승 째로 오랜만의 승리는 물론 투심 패스트볼에 대한 확실한 자신감을 얻었다.
경기후 김선우는 "전반기 마지막 등판이고 두 달동안 승리가 없어서 투수 지원을 믿고 5이닝을 전력으로 던지려고 했다. 투심, 커터, 체인지업으로 변화를 주었고 포심도 던지면서 완급 조절을 했다. 1회 김현수의 홈런과 최주환의 다이빙 캐치 수비로 좋은 느낌을 받았다. 작년 성적과 고참으로서 부담이 많아 위축이 됐는데 후배들이 응원과 격려로 즐겁게 해서 결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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